'反中 철강동맹' 참여 늦을수록 지각비 커진다…미·중 갈등에 압박받는 韓
美, EU·日·英과 달리 한국 철강 협상 요구엔 묵묵부답
우회적 압박 거세져…'中 견제' 동참 요구에 선택 기로 놓인 한국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중 철강동맹'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미·중 갈등 심화 속에 미국의 대중 견제 수위와 동참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철강 무역협정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참여 시기가 문제일 뿐 동참은 불가피하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류다. 미국은 중국 포위망 구축에 손을 잡는 유럽연합(EU),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철강 협상 요구에는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등 우회적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우방국과 손잡고 반도체, 철강 등 전방위로 중국을 옥죄면서 반중 철강동맹 참여가 늦어질수록 지각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中 견제 동참 EU·일에는 당근=15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미국을 방문중인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미국 정부와 통상 현안을 논의했는데 'GASS' 참여 문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GASS는 '철강·알루미늄의 지속가능한 협정'으로 공급 과잉 해소, 탄소 감축을 위한 미국 주도의 새로운 철강 무역협정이다. 사실상 중국산 철강 배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동맹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중 연합전선인 셈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 견제 동참을 전제로 철강 협상을 타결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지난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했는데, EU와는 올해 10월 철강 관세 철폐에 합의하면서 새로운 철강 무역협정을 구축키로 했다. 미국과 철강 협상 타결을 앞둔 일본, 영국도 조만간 참여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에 이어 협상에 착수한 일본과의 철강 협상 개시문에는 이미 '중국'을 배제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포함된 상태다. 미국은 일본에 철강을 무관세로 자국에 수출하는 방식의 협상 타결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우방국에 새로운 철강협정 참여의 문을 열어둔 만큼 일본, 영국 등 주요 동맹국이 참여할 때 우리 정부도 선제적으로 들어가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눈치에 지각비용 커지나=정부는 새로운 철강 무역협정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참여 의사 표명이 늦어질수록 지각비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미 EU는 미국과의 철강 협상을 통해 2015~2017년 연 평균 수출량의 75%를 무관세로 수출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 25% 부과 조건으로 무제한으로 수출이 가능토록 했다. 일본, 영국과도 비슷한 수준에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는 2015~2017년 연 평균 수출량의 70%만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우리 철강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주요 철강 수입국으로서 새로운 무역협정의 '룰 세팅'에 선제적으로 참여하지 못할 경우 우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협정 참여 여부에 따라 관세 특혜나 불이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미국에 철강 413만t을 수출해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에 이은 미국의 4위 철강 수입국이다. 우리 정부와 철강기업으로선 반중 철강동맹 전선 확대가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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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GASS가 단순히 철강 협정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인도·태평양 경제 협력 체제 구축 움직임과 연계돼 이뤄지는 만큼 미·중 갈등 속에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에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중 사이에서 정부도 선택이 쉽지 않겠지만 새로운 철강 무역협정의 명분이 있다면 중국을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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