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경찰이 과거 교제했던 여성의 집에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20대 남성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심의한다.
서울경찰청은 송파구 잠실동 빌라 살인 사건과 관련해 오는 14일 이모씨(26)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씨가 받고 있는 살인·살인미수 혐의와 관련해서도 죄명 변경이나 추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씨는 지난 10일 오후 A씨(21)가 거주하던 송파구 잠실동의 한 빌라를 찾아 어머니(49)와 남동생(13)의 가슴과 목 등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어머니는 결국 숨졌다. 남동생은 출혈이 심해 아직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옆 건물 가정집 2층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방 장롱에 숨었다가 출동 20분 만인 오후 2시 51분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부터 A씨의 가족을 노린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반면 경찰은 이씨가 신고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보복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씨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도 또 다른 범행 도구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전 이씨가 스토킹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된 내역은 없었다.
이씨는 A씨 거주지의 주민들이 출입하는 것을 엿보며 공동 출입문 비밀번호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씨가 주소를 알아낸 경위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흥신소 의뢰 등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이씨는 이번 범행 전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A씨의 아버지는 지난 6일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딸이 감금당한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A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위치 추적 결과 이들이 있는 곳이 충남 천안 지역으로 파악돼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이씨와 A씨는 그곳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로부터 이들이 대구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대구에서 둘을 찾았다. A씨는 이후 경찰에 '감금돼 성폭력을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와 이씨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을 비롯해 이씨의 주거지와 전화번호를 확보했고 이씨가 임의동행 및 휴대전화 임의제출에 동의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체포 영장을 받기 위한 긴급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씨를 체포하진 않았다. 이후 천안 서북서가 이씨와 관련한 사건을 넘겨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서울로 귀가한 뒤 신변보호 대상자가 됐고 스마트워치도 지급 받았다. 하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 나흘 만에 이씨는 서울로 올라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신변보호 대상자였지만 가족에 대한 보호 조치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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