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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침해 문제 없는 휴대폰? …'페어폰'을 아시나요 [임주형의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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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광물, 노동자 착취 등 인권 문제 줄인 스마트폰
크라우드 펀딩 통해 제작한 네덜란드 '페어폰'
지난해까지 20만대 넘게 판매
반 아벨 CEO '윤리적 스마트폰 업계' 만드는 게 목표
"'착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 증명해야"

네덜란드 사회적 기업 '페어폰'이 최근 공개한 신제품 '페어폰 4' 스마트폰 / 사진=페어폰 공식 홈페이지

네덜란드 사회적 기업 '페어폰'이 최근 공개한 신제품 '페어폰 4' 스마트폰 / 사진=페어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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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오늘날 전세계 인구의 절반은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단순한 통화부터 인터넷 이용, 전자 결제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는 이점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수십억대의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소모되는 희토류 자원과 노동력은 어마어마하고, 이 과정에서 근로자 혹사, 불법 아동 노동 등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인권 침해 염려 없는' 스마트폰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신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 '페어폰'입니다.


네덜란드 사회적 스마트폰 제조업체 '페어폰'


페어폰은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설립된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은 기업 이름과 동명의 브랜드인 '페어폰' 스마트폰, 그리고 제품 수리시 필요한 스페어 파츠(부품)가 전부입니다.

페어폰은 애플, 삼성같은 글로벌 대기업처럼 연간 수억대가 넘는 휴대폰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기업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한정된 수량만 생산하고, 그 마저도 선주문후제작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페어폰의 제작 수량은 한정돼 있어 대부분 선주문후제작 방식으로 생산과 판매가 이뤄진다. / 사진='페어폰' 유튜브 캡처

페어폰의 제작 수량은 한정돼 있어 대부분 선주문후제작 방식으로 생산과 판매가 이뤄진다. / 사진='페어폰'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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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사실 이 회사의 첫번째 제품인 '페어폰1'은 소비자들로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겨우 완성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페어폰은 지난 6년 동안 망하지 않고 꾸준히 제품을 개발해 왔으며, 올해에는 최신 제품인 페어폰4를 선보였습니다.


분쟁 광물, 노동자 착취 등 '인권 침해' 걱정 없는 세계 최초 스마트폰


성능이 독보적인 것도 아니고, 디자인이 예쁜 것도 아닙니다. 가격도 신제품 기준 579유로(약 77만원)로 다른 중간 가격대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페어폰이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쟁 광물'을 구매하거나,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과 협력하지 않는 '윤리적' 휴대폰을 만든다는 점이 일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분쟁 광물은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 분쟁 지역에서 생산된 광물을 이르는 말입니다. 석석, 금, 철망간중석, 콜탄 등이 대표적인 분쟁 광물로 꼽힙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같은 전자제품에는 콜탄과 금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분쟁 광물' 생산지역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채굴장 모습 / 사진='유럽연합의회TV' 유튜브 캡처

'분쟁 광물' 생산지역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채굴장 모습 / 사진='유럽연합의회TV'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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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쟁 광물은 채굴 과정에서 아동 노동자를 이용하거나, 노동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등 많은 인권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미국이 제정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에는 이런 분쟁 광물 수입 및 이용에 대한 규제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페어폰은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광물 자원 보급망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유하며, 직접 광산을 방문하고 노동 환경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인권 침해 문제를 방지합니다. 또 제품 제조 과정에서도, 하청을 맡기는 개발도상국 기업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조직의 자유 △적정 임금을 받을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반 아벨 CEO "착한 제품 원하는 소비자 많아져야 업계 바꿀 수 있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인구 중 약 50.3%(39억5000만명)는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간 글로벌 기업들은 약 10억대 이상에 이르는 스마트폰 신제품을 시장에 쏟아냅니다.


이런 막대한 제조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수십개 나라에 걸쳐 촘촘한 보급망을 형성합니다. 원자재를 보급하는 자원 업체부터, 부품이나 완제품을 조립하는 하청업체까지 그 수와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하청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부당 대우, 인권 침해 등을 적발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 애플 '아이폰'의 생산 하청을 담당하는 중국 기업 '폭스콘'에서는 지난 2010년 격무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안긴 바 있습니다.


지난 2011년 5월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 소속 근로자들이 노동 환경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1년 5월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 소속 근로자들이 노동 환경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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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폰은 혁신과 대량생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개의 '부품'으로써 소모되고 있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작은 움직임인 셈입니다.


지난해 페어폰 창업자 바스 반 아벨 CEO는 미국 테크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와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페어폰은 20만대 가까이 팔렸고, 이제 수익 창출에 거의 근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전자제품 제조 과정의 인권 침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 아벨 CEO는 '혁신의 정점'에 있는 스마트폰 사업이라고 해도, 충분히 윤리와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페어폰을 판매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착한 스마트폰(ethical smartphone)'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매우 많다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업계 전체가 더 윤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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