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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유아인의 감정 연주, 설득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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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배우 가운데 독보적 표현력…장르 불문 공감 폭도 더 넓어져
기존 틀 깨며 새로운 가능성 타진, '지옥'선 불필요한 움직임도 없어

[라임라이트]유아인의 감정 연주, 설득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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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감정 연주자다. 시나리오나 대본이라는 악보에 맞춰 표현을 조율한다. 궁극적 목적은 공감. 목소리를 높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개성이 강하게 나타나도 곤란하다. 표정, 목소리, 몸짓 등에 부여되는 설득력이 우선이다.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능동적 기운을 발산해야 한다.


이런 잣대에서 유아인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표현력은 30대 배우들 가운데 독보적이다. 영화 '베테랑'과 '사도'로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연기는 지나치다는 평이 적잖았다. 극적인 배역을 그리며 욕심을 냈다는 지적이었다. 주로 바스트 샷이 언급됐다. '베테랑'에서 조태오가 내뱉는 "어이가 없네"가 대표적인 예. 배기사(정웅인)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고는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린다. '사도'에서 아들 정조(이효제)가 영조(송강호) 때문에 공부한다고 고백하는 신에도 뚜렷한 인장이 있다. 사도세자가 활시위를 잡아당긴 상태에서 풀어진 눈동자에 힘을 잔뜩 모은다.

두 눈썹 사이를 찡그리지 않아도, 불안한 눈을 질끈 감아도 배역의 마음과 기분은 전달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두 영화는 상업성 강한 장르물이다. 힘주어 찍는 방점이 전달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강한 개성으로 한층 높은 긴장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계속 반복하면 요란한 빈 수레가 된다. 활동 영역도 좁아진다. 실제로 몇몇 배우들은 특정 이미지에 갇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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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매번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왔다. 꾸준히 기존 틀을 깨고 방향을 달리한 덕이다. 인상적인 변곡점은 '버닝.' 종수의 꾸밈없고 투박한 얼굴에 아예 일상적 시름을 심어버렸다. 근심과 걱정은 무기력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벤(스티븐 연)을 경계하는 장면에서 울분과 쓰라림으로 변주되기도 한다. 유아인이 새로운 규칙과 질서에 스며들어 찾아낸 해답이다.


"장르나 형식을 떠나 작품마다 요구하는 연기가 다르잖아요. 극적 효과를 노릴 때가 많지만 배경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할 때도 있어요. 연출자마다 의도가 다르므로 무엇이 좋은 연기라고 규정하기 어렵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배역은 있어요. 영화 '완득이'의 완득이와 드라마 '밀회'의 이선재요. 그런데 주변에선 조태오나 사도세자 같은 배역만 한 줄 알아요. 연기도 색깔이 뚜렷하다고 단정 짓고요. 두 작품이 크게 흥행해서 오해가 생긴 듯해요. 그저 다양한 연출자들을 만나며 가능성을 타진했을 뿐인데(웃음)."

변화는 넷플릭스 '지옥'에서도 돋보인다. 죽음을 예고하는 고지(告知)를 왜곡하고 과장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정진수 의장. 유아인은 선동하는 얼굴을 올곧게만 그리지 않았다. 음성과 낯빛에 불안과 초조를 가미했다. 소극적 움직임 안에서 긴장을 응축해 감정이 격양되는 변화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저는 말이에요. 예언을 들은 후로 지금까지 계속 공포에 시달려 왔어요. 20년 동안 이어진 그 공포가 어떤 공포인지 알아요? 끊임없는 공포에요. (…) 나는 그 고통 속에서 20년을 살았어요. 근데 그 공포 때문에 나는 더 바르게 살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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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의 고백에서 불필요한 대사나 움직임은 없다. 온전히 연기만으로 긴장을 고조한다. 빛과 어둠 사이를 오가며 대사에 리듬감을 불어넣어 이른바 드라마틱 모놀로그를 완성한다. "특정 대사를 어떻게 표현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지 않는 편이에요. 연기에 몰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머릿속에 그걸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의식이 있어요. 직감으로 리듬을 조율하며 전체적인 그림을 만들어가죠."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타협에 정답은 없다. 설득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유아인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한다. 카메라 밖에서도 과감하게 의문을 던져 진실성과 단순성을 검증한다.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킨다고 공격받아도 멈추지 않는다. 그만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견고하다. 매번 타성에서 벗어나 공감하는 폭도 넓다. 가히 장르를 불문하는 감정 연주자로 주목할 만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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