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포식 유도하는 항노화 단백질 MNO2 확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손톱보다 작은 기생충을 연구하다 새로운 항노화 단백질을 발견했다. 모든 사람의 희망인 장수(長壽)의 또 다른 돌파구가 될 지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승재·이철주 한국과학기술원(KASIT·카이스트) 박사 연구팀과 박승열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손톱보다 작지만 우리와 유전자를 83% 공유하는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연구로 새로운 항노화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이 발견한 단백질(MON2)은 골지체에 존재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주로 물질 수송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알려져 있었다. 세포 내에서 생성된 단백질을 목적에 따라 변형시키거나 분류해 필요한 위치로 배송하는 세포 내 우체국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연구를 하던 중 MON2 단백질이 자가포식을 통해 장수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가포식(autophagy)은 세포에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세포 안에서 만들어져 그 역할을 다한 단백질 등을 수시로 제거하거나 적절히 변형하는 리사이클링 과정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조금 둔화되었을 때 장수가 유도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물질 수송과 단백질 변형 등이 일어나는 세포내 소기관인 골지체, 미토콘드리아와 노화의 관계에 주목했다. 단백체학 기술을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호흡이 저하돼 수명이 길어진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에서 정상 선충과 달리 특이적으로 많이 생성되거나 적게 생성되는 단백질(골지체 단백질 MON2 포함 1000여종)을 발굴했다. 그런 다음 이들 돌연변이 모델의 수명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골지체 단백질 MON2가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뿐만 아니라 식이 제한된 예쁜꼬마선충의 장수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같은 MON2의 발현이나 활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는 경우 인간 장수 및 노화 관련 질환 억제에도 기여할 수 있어 의학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승재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오토파고좀의 세 가지 세포소기관의 유기적인 소통이 장수와 관련 있음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면서 "향후 어떻게 세포소기관 내 물질 수송이 자가포식 향상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분자 수준의 기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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