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서 '2021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올해 목표 모금액 132억
1928년 명동서 시작된 이래로 93년간 모금활동 이어져
추운 날씨에도 길 지나던 시민들 온정 보태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조금이라도 형편될 때 돕자는 마음이죠. 연말이잖아요."
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선 연말을 알리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자선냄비 옆에는 빨간 패딩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종을 울리며 모금을 독려했다.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3도로, 점심을 먹으러 나온 시민들은 팔짱을 끼거나 연신 외투를 여민 채 길을 지나갔다. 명동성당 앞에서 종을 울리던 구세군 관계자에게 '날이 추워서 시민들이 별로 안 오시겠다'고 묻자, 그는 "오전 10시부터 나와있었는데 지금까지 세분 정도 오셨다. 날이 너무 추워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의 걱정도 잠시,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온정이 구세군 냄비를 채우기 시작했다.
길을 찾는 듯 연신 두리번거리던 60대 안모씨는 구세군 냄비를 발견하고 주머니를 뒤져 잔돈을 기부했다. 그는 "(기부)금액이 너무 적어 인터뷰하기도 부끄럽다"면서도 "내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기부했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연말연시 불우한 이웃들에게 온정을 전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망설여지는 이유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쌀 20㎏ 소매가격은 5만5223원으로 평년 4만9368원 대비 11.85% 올랐다.
가공식품 가격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분기에는 소재식품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품 가격 인상이 진행됐다. 이어 3~4분기에는 육가공식품을 필두로 과자류, 라면 등의 인상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제시한 2.1%에서 2.3%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팍팍한 서민 살림에 자신보다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을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원 노호영 씨(32·서울 종로구)는 "예전에 사람 많던 명동이 (허전한 걸) 보니 씁쓸하다"며 "평소엔 (기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자 싶어 소액이지만 기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많은 분이 힘드신데 한겨울이고, 연말이고 (하니) 이런 시국에 다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돕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창규 씨(48·경기 성남시)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또 힘들게 사는 아이들 생각나서 기부했다"면서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오미크론이 나오면서 다들 힘든데, 이럴 때일수록 코로나도 이길 수 있다고, 지치지 않고 힘내서 (마음 나눠서)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들도 고사리 손으로 온정을 보탰다. 가족과 함께 명동을 찾은 김은상 씨는 5세, 7세인 자녀들과 함께 냄비에 모금했다. 김씨는 "코로나로 밖에 나오기 힘든데 연말이라서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명동에 왔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동은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이 처음 시작된 뜻깊은 장소다. 이곳에서 지난 1928년 12월15일 처음 모금을 시작한 이래로, 93년간 모금활동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는 '2021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이 열렸다. 이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시작을 선언함과 동시에 모금 기간(12.1~12.31)을 알리는 자리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해 나눔 문화를 독려했다.
오 시장은 "코로나19로 지난 한 해 소외된 이웃들의 삶은 더 궁핍해졌고 기부와 봉사의 손길이 줄었는데,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의 사랑과 나눔의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모금을 독려했다. 구세군 장만희 사령관은 "자선냄비를 향해 보내주신 정성이 헛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는 구세군이 되겠다"며 시민들에게 나눔 문화 확산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올해 자선냄비 거리모금은 '거리에서 울리는 희망의 종소리(Ring Together!)'라는 주제로 이날부터 전국에서 한달여간 진행된다. 구세군은 올해 목표 모금액을 132억으로 설정하고(12월 거리모금 30억)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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