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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친족 범죄피해 연 2만7000여명…무너지는 가족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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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얼굴]②가족도 못 믿는다

지난해 존속폭행 1만9700여건
직계존속 살해는 무겁게 처벌

자식·자손 살해 비속 범죄
가중처벌 없이 일반사건 분류

친족간 성폭력도 하루 2건꼴

동거친족 범죄피해 연 2만7000여명…무너지는 가족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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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50대 A씨는 지난 2월 전남 여수의 자택에서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술에 취한 채 집에 돌아온 자신에게 ‘술 좀 줄여라’라고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구에 사는 20대 B씨는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한 아버지를 퇴원시킨 뒤, 방에 방치해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숨지게 했다. A씨는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아들아, 아들아"라는 아버지의 도움을 모른 척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역시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에서 A씨와 B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존속살해’였다. 1심에서 같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된 점도 똑같다. 이유와 방식은 달랐지만, 재판부는 둘을 같은 범죄로 판단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거친족으로부터 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2만7389명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폭행이 1만97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상해 4078명, 협박 3413명 순이었다. 가족에게 감금을 당한 피해자도 95명에 달했고, 가족의 손에 유명을 달리한 살해 피해자도 82명이나 됐다.


자기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친족 범죄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친족 범죄 발생의 원인은 다양하다. 부부간의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배우자를 향한 분노가 범행 동기가 되는 경우는 이미 만연하다. 부모 자식 사이에서 갈등을 빚다 우발적으로 범죄를 일으킨 사례도 부지기수다. 앞서 언급한 B씨 사례처럼 아픈 가족을 간병하다 발생하는 ‘간병 살인’도 먼 얘기가 아니다.

법의 사각지대도 있다. 현행법상 친부모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받게 된다. 살인죄의 형량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존속살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된다. 하지만 자신의 자식·자손을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별도의 가중 처벌 규정이 없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끊는 비속살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살인사건으로만 분류돼 별도의 통계조차 없다.


친족 간의 성폭력 문제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친족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2017년 776건, 2018년 858건, 2019년 775건, 2020년 77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2건 꼴로 일어나는 셈이다. 특히 피해자 10명 중 6명은 함께 거주하는 동거 친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도우 경남대 법정대학 경찰학과 교수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기능붕괴에서 비롯된 사회병리현상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인식 전환과 가족기능 회복을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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