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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 수백명 모여 마약 나눠…중독자들, 소리소문 없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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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SNS, 가상화폐 등 이용해 은밀하게 마약 거래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마약 거래자 1100여명 모여
일상 스며든 마약류…'다이어트약'으로 판매되기도
전문가 "마약과 싸우려면 마약 수요 자체 차단해야"
"판매자들 매출 줄면 자연스럽게 공급 감소"

가상화폐, 보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이용해 익명으로 약 1100여명에게 마약을 판매한 일당이 검거됐다. /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보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이용해 익명으로 약 1100여명에게 마약을 판매한 일당이 검거됐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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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텔레그램'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마약을 판매해 온 일당이 대거 검거됐다. 십수명이 함께 움직이는 집단인 이들은 체계적으로 마약 유통과 환전을 관리했으며, 이들로부터 마약류를 구매한 이들은 약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발달한 인터넷 환경과 익명성을 이용, 마약류가 일상 깊이 스며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텔레그램 '마약 거래' 대화방에 1100명 모여

지난 15일 인천경찰청 및 인천지검은 국내 최대 마약밀매조직인 '오방'을 검거했다. 오방 총책임자인 20대 A씨를 포함, 약 14명이 마악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및 범죄단체 등 조직 혐의로 이날 구속됐다.


오방은 마약류를 투입한 뒤 환각상태에 빠지는 현상을 이르는 일종의 은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직은 익명성이 보장된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서 같은 이름의 대화방을 만들고 마약 거래를 했다.


특히 이 조직은 총책임자, 중간거래자, 환전 담당 및 인출책 등 업무를 나눠 체계적으로 마약 거래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5억원 이상에 이르는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자금세탁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마약 중독자들이 이미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사진=아시아경제DB

마약 중독자들이 이미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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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 당시 '오방' 대화방에 있던 회원들은 약 1100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마약 유통이다.


이미 일상 스며든 마약…'다이어트약'으로 판매되기까지


1000명이 넘는 이들이 마약을 거래해 온 것으로 나타나면서, 마약 중독자들이 이미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 특성상, 마약 범죄는 빨리 확산되며 재범률도 높다는 특징이 있다. 마약사범 숫자를 조기에 억누르지 못하면 이후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단속으로 적발되는 마약사범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대검찰청, 관세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유관부처 5개 기관이 마약류 단속을 실시한 결과, 마약류 공급·투약사범 총 7565명이 검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969명)과 비교해 약 8.6% 늘어났다.


일상 속에서 마약류를 투약하다가 적발되는 사건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10대 41명이 부산·경남 지역 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처방받아 이를 투약하거나 거래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류인 펜타닐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가 다이어트 약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복용이 금지된 청소년 환자들까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마약류인 펜타닐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가 다이어트 약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복용이 금지된 청소년 환자들까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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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닐은 오피오이드(아편) 계통 진통제로, 주로 암 환자나 통증 증후군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처방된다. 그러나 당시 검거된 10대들은 이를 불법으로 매입한 뒤 공원·상가·화장실·교내 등에서 투약하고 다른 10대들에게 판매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펜타닐 성분이 든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성인은 물론 어린이, 청소년까지 처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는 161만명의 환자가 663만건을 처방받았고, 지난해에는 160만명이 652만건을 처방받았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16세 이하 환자에게 복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조사가 이뤄진 2년간 1247명의 학생이 3374건을 처방받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 "사범 검거보다 마약 수요 자체를 줄여야"


전문가는 사회 내부로 마약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예방 정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경수 한국마약학회장은 "마약 홍보, 판매 등이 SNS를 통해 이뤄지면서 10대 청소년까지 마약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며 "마약이 일상 곳곳에 퍼져 젊은 시절부터 마약에 노출되면 뇌질환 등으로 장기적인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약 근절은 마약사범을 적발해 검거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애초에 구매자들이 마약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책"이라며 "또 마약에 이미 중독된 환자들을 집중 치료하는 등, 전체적인 마약 수요 자체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마약 판매자들의 매출을 감소시켜 자연스럽게 공급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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