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플랫폼의 폐해에 대한 규제,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수많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정보보호 규제,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규제에 있어 정부의 직접적 규제 대신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자율규제(self-regulation)다. 자율규제란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사업자 각자가, 또는 조직화된 집단이 스스로 그 구성원의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다.
1996년 줄리아 블랙은 자율규제를 명령적 자율규제(mandatory self-regulation), 승인된 자율규제(sanctioned self-regulation), 강제적 자율규제(coerced self-regulation), 자발적 자율규제(voluntary self-regulation)로 구분하였다. 이 중 자발적 자율규제는 국가의 직접, 간접적인 개입이 없다는 점에서 자율규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세 가지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규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공동규제(co-regulation)라고 할 수 있다.
공동규제는 전통적으로 정부의 역할이었던 규제 영역에 민간 부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는 민간의 역할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협력·지원함으로써 규제의 합리성, 효율성, 수용성을 높이는 규제 방식이다. 그럼 위의 예시와 같이 인터넷 등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분야에서 종래 정부규제가 아닌 자율규제가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로서 원래 중앙 권력의 개입이 없는 분산형 시스템이므로 자율과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거대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들의 시장 독점, 불법 콘텐츠 유통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부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인터넷에 대한 비규제의 이념이나 공유, 참여, 협력의 철학은 견고하며, 현재 한국의 인터넷정책 자율기구처럼 인터넷 분야에서는 자율규제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둘째, 정부규제가 급속한 기술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다. 혁신이 동태적이며 불확실함에 반해 규제는 정태적이며 예측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속성상 정부규제와 혁신은 이질적이다. 이에 많은 경우 성급한 규제가 기술혁신으로 인한 사회적 편익을 막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셋째, 정부의 규제역량과 정보취득 능력의 한계이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경제사회에서 글로벌 경제가 보편화되고 시장 권력이 강화되면서 정부의 민간에 대한 정보취득 능력은 한계가 있고 이는 결국 정부 규제역량의 한계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결국 정부는 독자적인 규제를 설계하고 집행하기 어렵게 되고 민간과 규제 권한을 배분하게 된다.
끝으로 규제의 합리성, 수용성을 증가시킬 필요성이다. 규제가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규제가 합리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피규제집단에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명령적 규제보다는 민간과의 협력적 규제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한 자율규제는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하면 규제 회피를 통한 사익 추구에 해당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국가의 요청에 의하여 국가가 정한 커다란 틀 속에서 자율적인 규제 형식을 만들거나, 사업자들이 스스로 자율규제의 구조와 규정을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국가의 승인을 받아 효력이 발생하는 방식 등의 공동규제가 바람직하다. 향후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공동규제에 관한 연구와 규제 설계가 활발히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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