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여론조작 모니터링하는 크라켄 공개
'제2 드루킹 사태' 방지하기 위한 체계
SNS 여론전 경각심 커지는 정치권
'CA 스캔들' 겪은 美서도 '뜨거운 감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왼쪽 두번째)로부터 비단주머니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전한 이른바 '비단주머니' 1호는 '크라켄'으로 드러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론조작 의심 징후를 포착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대선 당시 대대적인 온라인 댓글 조작 의혹으로 논란이 불거진 '드루킹 사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의 주 무대가 SNS, 인터넷 뉴스 등 온라인 공간으로 넘어오면서 '여론조작'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도 보다 진지해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정치 선진국에서도 심화하고 있다.
◆킹크랩 잡는 크라켄 공개한 野
이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크라켄에 대해 "순서상 먼저 나오다 보니 비단주머니 1번이 됐다"며 "선거 중에 꼭 필요한 요소이고, 이영 의원님과 디지털 정당위원회 관계자들이 지금까지 보안을 잘 지켜가면서 준비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여론조작을 일삼는 여당에 대응하는 우리의 온라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강조했다. 전략 무기를 막는 첨단 방어 체계에까지 빗대면서 크라켄을 추켜세운 것이다.
복수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크라켄은 SNS에 올라오는 뉴스 기사나 댓글의 키워드를 분석, 여론 조작이 의심될 경우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흔히 '웹 크롤링(web crawling·인터넷에서 특정 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이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시스템은 인공지능(AI)과 일반 직원이 함께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가 공개한 '크라켄'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드루킹 사건은 일명 '드루킹'이라는 아이디를 쓴 김동원씨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 온라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김씨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킹크랩을 가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와 공모해 웹사이트 댓글순위 산정업무를 방해한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김씨의 측근이었던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또한 지난 7월 징역 2년이 선고돼 도지삭직을 박탈당했다.
당시 대법원은 김 전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는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美서도 SNS 여론전은 '뜨거운 감자'
선거전의 향방을 결정짓는데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정치권의 경각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이 문제는 새로운 도전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사건'으로 인해 여론조작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CA는 영국에 있는 데이터 분석 업체로,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정치 캠페인 등에 활용했다.
영국의 빅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로고. CA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공화당 선거 캠페인을 돕는데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공화당의 캠페인 표어였던 '사기꾼 힐러리를 무찌르자(defeat crooked Hillary)' 또한 이 회사의 컨설팅을 통해 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CA 사건은 드루킹처럼 직접 여론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한 사례는 아니다. 그러나 유권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선거 광고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과학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때 CA 직원이었지만 지난 2018년 내부고발자로 나섰던 브리트니 카이저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페이스북 같은 SNS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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