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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바꾸려면 사람부터"…50대 내보내고 신입 뽑는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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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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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코로나19로 온·오프라인 대변혁기를 겪은 유통업계가 고강도 구조조정과 인력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내수경기에 의존하던 과거 방식으론 더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온라인 플랫폼, 나아가 글로벌 시장과 경쟁하고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20~30대 고객들을 응대할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이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百, 희망퇴직 이어 신입사원 공채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말까지 근속 20년 이상 직원 545명의 희망퇴직을 일단락 지은데 이어 일주일만인 지난 8일부터 최소 100명 이상을 뽑는 2021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이 창사 이래 최대라는 구조조정을 통해 고참급 직원들을 내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동시에 대규모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그 배경이 단순한 몸집줄이기가 아닌 '세대교체'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백화점 안팎에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롯데마트와 슈퍼를 포함해 롯데쇼핑 전반이 실적 악화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유통시장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동안 롯데온 등 e커머스 사업 역시 대규모 투자를 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뒤쳐졌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고연차 직원이 많은 구조라 내부적으로도 조직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희망퇴직 역시 심각한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그 자리를 젊은 직원들로 채우는 '인력 리빌딩'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경영학과)는 "유통산업은 유행과 흐름에 민감한데다 이제는 업태 자체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다각도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유통업 환경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력구조론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현대百, 외부 인력 충원·젊은 인재 등용

이같은 위기의식은 경쟁사인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초 정기 임원이사에서 온라인 사업 강화와 신사업 추진을 담당할 임원들을 외부에서 대거 충원했다.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 공히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신사업, 기획 등의 업무에서 새 얼굴을 기용하며 변화와 쇄신의 의지를 다졌다. 동시에 신세계와 이마트, SSG닷컴, 스타벅스코리아 등 14개 계열사는 신입 공채를 통해 새로운 인재들을 선발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 또한 젊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고 있다. 지난 5일 그룹 정기인사에선 현 사장단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임원 56명을 승진, 전보 인사에 올리면서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섬 해외패션부문 사장에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을 영입, 사장급으로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GS리테일 역시 일부 20년차 이상 과·차장급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연말 인사에서 주요 임원들의 승진이 거론되고 있다.


◆"세대교체 넘어 생존 자구책"

유통기업들에게 인력 재정비는 획일적인 세대교체를 넘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대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소비주도 세력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젊은 직원들을 앞세워야 한다는 게 경영진들의 판단이다.


롯데백화점이 만 24~39세로 구성된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팀'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GS리테일이 MZ세대 직원으로만 구성된 '신상기획팀'을 만들어 상품기획 단계부터 제품 선정과 마케팅, 판매까지 전체 과정을 주도하도록 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유통 시장에서 e커머스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이제는 유통업과 IT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질 만큼 업의 정체성이 변했다"며 "산업의 발달 사이클에 맞춰 필요한 인력이 달라졌고, 소비시장의 헤게모니 역시 20~30대 젊은층으로 넘어간 만큼 이들을 상대해야 할 유통산업 인력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조 교수는 "유튜브나 SNS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 고객들을 겨냥한 매력적인 브랜드,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은 직접 그 문화를 향유하는 세대가 이끌어 갈 수밖에 없다"며 "급격한 변화 속에서 유통기업마다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그에 걸맞은 조직과 인력을 채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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