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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2045년,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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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언론인·문화비평

[톺아보기]2045년,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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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비대면’이 보편화된 것이다. 줌(zoom) 수업이나 회의, 온라인 쇼핑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현실의 일부를 디지털이 대체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현실을 디지털로 대체해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고 일하고 경제활동까지 하는 새로운 세상도 만들어졌다. 가상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가 나를 대신해 명품을 구매하고, 전시회나 음악회를 즐기는게 유행이다. 정부 부처, 지자체, 대학, 기업, 금융권 등 너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서비스나 콘텐츠를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지금의 메타버스 열풍이 거품이라는 회의론을 펴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 ICT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애써 무시할 일도 아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에 이어 확장현실(XR) 기술도 개발 중이다. XR은 VR,AR 기술과 이들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R) 기술을 총망라한 초실감형 영상기술이다. 기존의 그래픽 콘텐츠를 이용한 VR·AR 서비스가 아니라 실제 사람 등을 4D 실감 콘텐츠로 생성·전송·재현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맞아 XR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확대되면 공상과학영화 속에서 보던 일들이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의하고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2045년으로 타임 슬립을 했다고 상상하며 ‘나의 하루’를 적어보라는 글쓰기 과제를 냈다. 2045년은 ‘메타버스’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 원’이 펼쳐지는 시대이다. 미래를 꿈꾼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펴 보게 하려는 의도였다. 인터넷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자란 MZ세대 학생들이 그리는 24년 뒤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AI의 발달로 모든 것이 자동화된 세상에서 로봇이 꼼꼼하게 하루 일정을 챙겨주고,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심지어 그 세상은 암울하고 외롭고 삭막했다. 학생들의 글을 종합해 스토리텔링을 해보면 대충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기계문명이 발달하지만 인간 소외는 점점 심해진다. 탄소중립에 대한 약속은 깨어진지 오래이고 지구는 펄펄 끓는다. 외롭고 고단한 삶을 잊기 위해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가상세계를 찾는다. 그곳에서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며 화려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지만 가상세계에서 느끼는 행복이 커질수록 현실은 더욱 고달프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가상세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가상세계든, 현실세계든 장의사는 쉴 틈이 없다. 게임을 하다 돌연사하는 사람, 고독사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그러다 어느 날 정전으로 ‘블랙아웃’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완전한 암흑은 충격을 준다. 누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누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둡고 구질구질하지만 진정한 나를 찾아 현실로 돌아가기로 한다.’

젊은이들이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 그리고 24년 뒤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그리는 이유는 같다. 젊은 그들이 겪고 있는 현재가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각종 통계가 그들이 닥친 현실을 대변해 준다. 취업 준비 중인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청년층(15~29세)의 확장 실업률은 21.7%이다.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구직단념자(6월 기준 58만3천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20·30대 세대다.


지난 9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만 18세∼29세)의 69.5%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답했다. 운이 좋아 취업을 한다고 해도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저축을 해서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다. 무엇하나 희망을 품을 수가 없다. 한창 미래를 계획해야 할 그들이 막막한 앞날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친다. 메타버스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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