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콘텐츠 기획자이자 여성들의 커리어 성장 커뮤니티 ‘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황효진,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써온 작가 윤이나의 대화록이다. 걸어서 7분 거리에 사는 두 사람이 시시콜콜한 일상부터 묵직한 사회 이슈까지를 나눈 스무 통의 편지 내용이 책에 담겼다. ‘고모, 코로나는 언제 끝나요?’라고 묻는 조카의 질문에서부터 2020년 7월 성폭력 관련 이슈에 휩싸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김지은 씨 성폭행으로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에 현직 정치인의 조화가 가득 넘친 이슈까지를 다채롭게 다룬다. 또한 도서, 잡지,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여성’을 포착해 우리가 처한 현 시점의 상황과 맞물려 작품을 깊이 보고 듣는다.
"제가 평생 바라왔고 지금도 바라는 건 이런 것입니다. 돈을 쓸 때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는 것. 사고 싶은 물건을 한참 들었다 놨다 하지 않는 것. 무인양품에서 사고 싶은 물건과 비슷한 게 없는지 다이소에서 찾아보지 않고 그냥 무인양품에서 사는 것. (이건 요즘 그럭저럭 잘하고 있네요.) 온라인 쇼핑을 할 때면 최저가 순으로 정렬하지 않는 것.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72~73쪽>
"저는 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불확실성을 껴안으며, 살아가다 마주칠 수많은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온갖 것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태어난 아이들’이 태어나는 건 피곤하지만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금부터 할머니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이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다짐입니다." <113쪽>
"무엇보다 여성의 이야기에 관해서 말하고 싶었죠. 한 콘텐츠에 ‘여성 서사’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면, 그 말을 하는 사람 안에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감상자 개인이 콘텐츠를 연결해서 보면서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건 여성이 쓰고 만든 모든 이야기를 응원하자거나, 여성이 만들었으니 더 나은 작품이라는 주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이건 여성인 우리가 여성으로서 세상을 보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우리를 미워하는 세상에 살 수밖에 없다는 의미죠." <177쪽>
(황효진·윤이나 지음/;세미콜론)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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