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가격, 수년째 떨어지다 올들어 반등
배터리 수요 늘고 주요 원재료 가격 급등 영향
中·日, 美 수출 배터리값 올리거나 동결
韓 배터리는 지난해보다 14% 낮춰 눈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전기차 값은 배터리에 좌우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차값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었다 점차 떨어졌으나 여전히 완성차 가격의 20~30%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아이오닉5 정도의 배터리를 쓰는 차가 2014년 출시됐다면 배터리 가격만 5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수년이 지난 현재 같은 용량의 배터리 가격은 1000만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추정된다.(BNEF, 연도별 배터리셀·팩 평균가격자료 기준. 아이오닉5 배터리용량 72.6㎾h)
배터리 가격은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90%가량 떨어졌는데 최근 들어선 하락세가 주춤하다. 배터리 값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자료를 보면 배터리급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t당 4만3500위안(약 803만원) 수준이었는데 지난달 중순 기준 17만9750위안(약 3320만원)으로 3배 이상 급등했다. 니켈 가격은 지난달 하순 t당 2만달러를 넘기며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국인 중국에선 배터리 가격 인상 움직임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의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업체는 최근 원자재 가격인상 등을 이유로 전기차업체 등 고객사에 가격인상 의향을 내비쳤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 계약은 주요 소재의 시세를 반영해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데 일조했는데 이러한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건 한국 배터리 업체다. 중국이나 일본 배터리 업체가 가격을 동결시키거나 올리는데 반해 한국산 배터리는 꾸준히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수입국으로 떠오른 미국이 각 나라에서 수입하는 금액을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에서 한국산 배터리 수입가격은 지난 8월 기준 ㎏당 29.9달러로 지난해 평균치(34.7달러)와 비교해 14% 정도 떨어졌다. 월별 기준으로 보더라도 소폭씩 하락추세다.
반면 중국산 배터리는 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랐다.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수출가격은 ㎏당 23.9달러로 오히려 지난해(22.9달러)보다 4% 올랐다. 지난 5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꾸준히 오름세다. 일본산 배터리는 47.7달러로 지난해(47.9달러)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 이끄는 한중일
최대수입국 美 가격전략 차별화
中 가격 올리고 日 가격동결…韓만 가격 낮춰 눈길
미국은 올해 들어 전기차 보급확대 드라이브를 걸면서 배터리 수요가 급증, 해외로부터 배터리 수입을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전 세계 배터리공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이 수입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80%가량은 한중일 3국이 책임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입장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들어 잇따라 최대 배터리 수출국이 미국으로 바뀌었다.
최근 수년간 배터리 가격이 떨어진 건 글로벌 대형 배터리업체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데다 값비싼 소재 비중을 줄이는 등 기술개발에 공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최근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 배터리기업이 대규모 공장을 가동중인 헝가리나 폴란드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배터리 가격도 작년에 비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이 배터리 가격인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가격정보를 영업기밀에 준해 취급하는 터라 각 회사별로 구체적인 배경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배터리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등 국내 대형 배터리업체는 과거처럼 고객을 확보한 후 설비를 늘리는 게 게 아니라, ‘선증설·후수주’에 나서고 있다.
일단 몸집을 키워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사업경쟁력을 높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출혈을 감수하고 판가를 낮춰 고객을 확보하는 건 오래됐지만 확실한 전략이다. 연구개발 결과 가격을 낮췄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SDI가 지난달부터 양산한 신제품 ‘젠5’는 니켈 함량을 끌어올리는 등 소재비중을 바꿔 재료비를 20%가량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가격에서 소재비는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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