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리운전업체 2곳의 인수를 철회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정작 현장 대리운전 기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보다 기존 전화(콜) 대리운전업체들의 횡포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5일 아시아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도 문제지만 기존 업체들이 더 문제 아니냐고 느끼는 기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리운전시장은 주로 전화 ‘콜’을 통해 영업이 이뤄진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대리운전업체와 계약을 맺고, 소속업체가 사용계약을 맺은 관제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을 통해 이용자와 대리운전 기사를 연결해준다.
김 위원장은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이 프로그램비, 대리운전 보험료, 출근비 등을 명목으로 최소 35%에서 50%까지 수수료를 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는 20%다. 그는 "기존 대리운전 시장의 시스템이 안좋았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이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처음엔 현장 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입하는 것을 오히려 반겼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대리운전업체들이 국회 등 정치권에 ‘약자 코스프레’를 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리운전업체들의 단체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대리운전 중개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확장을 제한해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과도한 부담을 강요하는 기존 업체에 대한 부당한 관행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등 정치권에서 플랫폼 기업 규제에만 집중하는 사이 대구, 부산 지역의 기존 업체들은 기사들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슬그머니 올렸다. 1만5000원의 요금이 나온 경우 기존 3000원이었던 수수료가 3500원이 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진입으로 경영이 악화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게다가 보호해야 할 골목상권으로 보기에 애매한 부분도 존재한다. 여전히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의 점유율은 카카오에 비해 현저히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의 점유율이 70~80%에 달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20~30% 수준이다. 기사들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낮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호출을 받고 싶어도, 호출이 많이 오는 전화 대리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상황이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대리운전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 하면서 기사들로부터 인공지능(AI) 배차 알고리즘, 유료멤버십 ‘프로 서비스’ 등에 대한 각종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침탈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작 대리운전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이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플랫폼 기업들이 기존 지배사업자를 견제하는 등의 순기능이 존재함에도 기존 사업자들이 정치권을 이용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도 사회적 책임을 높여야 하지만 기존 업체들과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고율 수수료 등을 개선해 대리운전 시장을 정상화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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