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취업에 성공한 10대 여성이 회사의 ‘업무’를 보다 경찰에 붙잡히는 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입사한 A양은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자신이 취업한 곳이 범죄조직인지 몰랐다.
A양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 조직에 취업해 태연하게 일하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된 셈이다.
3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14일 낮 부산 사하구 다대동 한 사우나 앞에서 A양은 한 남성에게 다가가다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한다”고 말하자 A양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한 소리인가?’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당시 사하경찰서 형사들은 “스마트폰이 해킹을 당한 것 같고 돈을 전달해 달라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보이스피싱을 추정하며 잠복 중이었다.
신고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기 위해 약속장소로 나온 사람이 바로 A양이었다. 경찰은 즉시 A양을 체포했다.
A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고 자신은 그저 회사에서 시킨 일을 하러 왔다고 항변했다.
경찰은 사기 방조 혐의로 A양을 입건했다. 구직자에서 피의자로 전락한 A양은 경찰 조사에서 계속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초 인터넷 구직사이트 앱을 통해 경남 창원의 한 제조업체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채용됐다.
채용 통보와 업무 지시는 모두 텔레그램 메시지로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라고 자처한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직원들이 비대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업무 지시가 있으면 바로 현장으로 가 업무를 보면 된다”고 안내하자 A양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후 “부산 사하구 한 사우나 앞으로 가 거래대금을 받아 오라”고 지시했다. A양은 그렇게 ‘수금책’이 돼 붙잡혔다.
A양이 검거되고 문제의 텔레그램 계정은 곧바로 사라졌다. A양이 지원한 제조업체는 실체도 없었다.
영문 모르고 돈 수거 심부름하다 검거된 수금책들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방법으로 수금책 모집이 어려워지자 범죄조직은 일반 회사인 것처럼 구직자를 속여 범행에 가담시키는 수법으로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비대면 시기라고 해도 구직자는 입사 지원을 하기 전 회사 주소와 실체를 꼼꼼히 확인해야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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