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업관리법 국회 계류
법적 사각지대 지속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국내에서 ‘탐정’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이를 관리하기 위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틈 타 탐정 관련 민간 자격증만 우후죽순 난립하는 실정이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과 윤재옥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탐정업관리법)안’은 올해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한 차례 논의만 이뤄졌을 뿐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 없이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였던 ‘공인탐정제도’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탐정 명칭은 지난해 8월5일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에 따라 영리 목적 활동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재로선 탐정 명칭 사용과 함께 실종 아동·청소년 소재 확인, 부동산등기부등본 등 공개 정보의 대리수집, 채용대상·거래상대 동의 전제 이력서·계약서 기재 사실의 진위 확인, 도난·분실·은닉자산의 소재 확인 등 제한적인 활동만 가능하다.
관련 업계·학계에서는 국내에 탐정 명칭을 사용하는 사무소가 2000~3000개, 민간 탐정 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8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추진되는 탐정업관리법은 이처럼 탐정이 다수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을 통해 탐정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를 막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1년 넘게 법적 공백이 이어지며 정부 차원의 관련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이를 틈 타 민간기관이 발급하는 등록 민간자격증만 난립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센터에 따르면 탐정 명칭을 사용하는 민간자격증은 현재 65개로, 이 가운데 49개(75%)는 올해 신설됐다. ‘민간조사’ 명칭을 쓰는 자격증까지 포함하면 83개로 늘어난다.
이상수 한국탐정정책학회장(가톨릭대 탐정학전공 주임교수)은 "전문성·책임감이 필요한 탐정이 난립한 민간단체의 ‘자격증 장사’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산업구조가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탐정에 대한 국민적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불법 조사행위를 근절하고 체계적 관리를 위해서는 조속한 탐정업관리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탐정업관리법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다. 변협은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와 새로운 전관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인탐정 도입에 지속해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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