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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쿠나장롱 - 아무래도 포스터 하나 붙여야겠다

최종수정 2021.10.14 11:26 기사입력 2021.10.14 11:26

알렉산더 칼더·아르네 야콥센 등
세계적 작가 작품 전시장 같은 매장

유럽·미국 등서 엄선한 포스터
자체 제작 포스터도 판매
김규나 대표 “인테리어 완성은 포스터”

'쿠나장롱' 출입문에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아트 포스터가 붙여져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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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집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개는 안락한 휴식처라고 여긴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집을 꾸미려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도 어쩌면 편안한 공간에서 온전한 휴식을 즐기려는 바람에서 비롯된 일일지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집을 꾸미고자 하는 욕구는 더욱 커졌다.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이들은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보기도 하고, 어울리는 새 가구를 들여놓는 식으로 변화를 꾀한다. 그러나 보금자리 개편 시도가 항상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무거운 가구를 움직이거나 대청소를 하는 등 들인 공에 비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좀 더 과감하게 인테리어업체에 맡겨 공사를 하면 좋겠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간단한 방법으로 집을 꾸밀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곳을 찾아갔다. 포스터 한 장으로 휑했던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공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아트 포스터샵 ‘쿠나장롱’이다.


성수역 3번 출구에서 5분 남짓 걷다 보면 붉은색 벽돌의 외관이 시선을 끄는 한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그 건물 2층에 자리한 쿠나장롱은 개성 넘치는 포스터들로 가득차 있다.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 덴마크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이 담긴 아트 포스터들이다. 화이트톤의 깔끔한 인테리어에 감각적인 포스터가 더해지니 흡사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19년 12월 개업한 쿠나장롱은 주인장인 김규나 대표(37)가 유럽 및 미국 등에서 직접 엄선한 아트 포스터들을 갖추고 있다. 김 대표는 세월이 흘러도 오래 볼 수 있는 물건을 소개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떠오른 게 바로 포스터였다. “시간의 흔적이 묻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그는 “물론 포스터도 유행이 있다. 어떤 시기마다 좋아하는 작가나 선호하는 디자인 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포스터에는 한 시대의 문화와 예술이 담겨 있다”고 했다.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 덴마크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 독일 화가 울리히 에르벤 등의 작품이 담긴 아트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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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가게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포스터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바로 영국 출신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빈티지 포스터 컬렉션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전 발행된 이 포스터들은 그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트렌디한 디자인을 뽐낸다. 김 대표는 “포스터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다”며 “오래된 포스터가 오히려 지금 나온 포스터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이게 빈티지 포스터만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대다수의 손님들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포스터를 활용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김 대표 역시 포스터가 인테리어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봤다. 그는 “사실 포스터는 집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소품이다. 그러나 포스터 한 장으로 바꿀 수 있는 공간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라며 “‘인테리어의 완성은 포스터’라는 말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미소지었다.

또 고가의 예술 작품을 직접 소장하지 못하는 이들이 포스터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김 대표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직접 사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라며 “아트 포스터도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실제 작품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보니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터 크기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아트 포스터는 대개 10만~20만원대다.


손님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포스터를 고르기 위해 신중을 기한다. 아트 포스터가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닌 데다 집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니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포스터는 옷처럼 마음에 들면 바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인테리어에 포스터가 조화로울지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손님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했다.

'쿠나장롱' 내부 모습. 다양한 크기의 아트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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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이유도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알맞은 포스터를 추천해주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손님들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손님들과 소통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흘러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자세한 설명 덕인지 한번 가게에 들른 손님이 단골이 돼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단다.


김 대표는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이들을 위해 직접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한다. 그는 ‘수플(soffle)’이라는 자체 제작 브랜드를 통해 저렴한 가격의 포스터를 선보이고 있다. ‘수플’은 프랑스어로 ‘재치’, ‘영감’ 등의 의미다.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스터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플’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 그는 “가격대가 다른 포스터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구매 연령층 또한 20대 등으로 젊다”고 했다.


김 대표는 쿠나장롱의 포스터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니길 원했다. 그는 “쿠나장롱은 제 영어 이름인 ‘쿠나’와 ‘장롱’을 합친 단어다. 옛날에는 할머니들이 장롱 속에 진귀한 걸 넣어두지 않았나.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둔 명품 가방처럼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손님들에게 포스터가 소중한 물건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꺼려지는 지금, 포스터 한 장으로 집 분위기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새로워진 인테리어에 그간 우울했던 기분마저 전환될지 모른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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