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연구 토대 닦은 공로 인정
시대적 상황에 맞게 '가장 중요한 발견' 유언 충실 평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에 상을 주라는 노벨의 유언에 충실했다".
사상 처음으로 물리학계의 '변방' 기상학자들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 노벨 물리학상에 대한 평가다. ‘기후 변화 대처’가 가장 시급한 시대적 상황에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5일(현지시간) 오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기후 변화 연구를 개척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과 분자 단위의 물질 특성을 분석한 기초 물리학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마나베·하셀만 수상자의 경우 기후 변화 연구의 토대를 닦은 공로로 기상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마나베 교수는 인공위성이나 슈퍼컴퓨터도 없었던 1960년대에 수학적 계산과 대기의 물리적 특성을 기반으로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온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3차원 기후 모델을 개발해 냈다. 하셀만 연구원은 해양기후학자로 인간의 산업 활동 증가가 지구 온도 상승 및 기후 극단화의 원인이라는 점을 이론적으로 설명해 냈다. 대기의 변동성이 해양의 장기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6차 보고서를 내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인간·자연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치(1.5도)에 도달할 시간이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 바 있다"며 "물리학계에서 기상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시 교수는 분자 단위의 물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원리를 규명한 공로로 수상했다. 1979년 ‘스핀 글라스’ 이론을 발표해 불규칙한 것으로 보이는 분자 상태의 물질들의 행동을 수학적 모델로 분석했다. 특히 이 이론은 최근 들어 인간의 행동·사회적 관계를 분석하는 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빅데이터·인공지능(AI) 연구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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