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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탄소중립 시나리오, 차기 정부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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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탄소중립 시나리오, 차기 정부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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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 시나리오와 석탄발전과 탄소 배출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각계 의견 조회를 거쳐 이달 중 확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현대는 탄소 기반 사회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지난해의 경제 상황에도 우리 사회는 6억5000만t의 탄소를 배출했다. 탄소 사회를 벗어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이 어려운 길을 헤쳐갈 길잡이다. 탄소중립의 방법은 물론 그 영향은 전문가조차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난제를 불과 두 달간의 의견 조회로 결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탄중위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선택하기엔 너무나 황당하다. 첫째 이유는 비용은 묻지 말라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에너지저장 비용만 하더라도 787조원 내지 1248조원이 든다고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다. 지난해 국가 예산이 512조원이다. 에너지저장 비용만 이보다 1.5~2.5배 많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 필요한 비용은 너무 많다. 대략이라도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할 돈이 얼마인지 알려줘야 계획이 타당한지 가늠할 수 있다.

둘째 이유는 수소와 암모니아 발전을 주력 발전원의 하나로 삼겠다는 것이다. 탄중위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이용해 2050년 전력수요의 14~21%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2050년 수소터빈과 암모니아 발전으로 177~270TWh(테라와트시·1000GWh)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발전량이 552TWh다. 2050년에 수소와 암모니아로 2020년 발전량의 최소 3분의1에서 절반 가까이 되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소, 암모니아 발전은 연구 중인 기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 암모니아 등에서 2050년 필요한 전기의 2% 수준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이유는 수소 확보 시나리오다.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수소는 중요하다. 그것도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 수소가 필요하다. 탄중위는 2050년에 2700만t의 수소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80%는 수입하겠다고 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약 7000만t이다. 그린 수소는 1%도 안 된다. 70만t도 되지 않는 그린 수소를 2050년에 2200만t이나 수입할 수 있다고 보는 근거에 대한 설명은 없다.


넷째 이유는 중국, 러시아와의 전력망 연결이다. 탄중위 시나리오에 의하면 동북아 전력망을 통한 전기수입은 많아야 전기 수요의 2.7%다. 이 정도라면 전기절약으로 감당하는 것이 낫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에 과하게 의존할 경우 낮에는 중국, 러시아로 남는 전기를 내보내고 밤에는 부족한 전기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 전력망이 중국, 러시아와 24시간 물려 있어야만 한다는 얘기다. 국가 간 상당한 신뢰를 갖추지 않고는 실현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다섯째 이유는 탄소중립을 위해 보유한 모든 수단을 다 써도 힘든 판에 원전을 외면하는 탄중위의 태도다. 해외에는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줘가면서까지 원전을 유지하려는 사례도 있다. 소형모듈 원전은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상업화된 사례도 없는 수소, 암모니아 발전이 30년 안에 현재의 석탄 발전을 대체할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낙관하는 탄중위가 유독 원전의 미래엔 냉담한 것은 황당하다. 기후변화를 직면할 미래 세대를 걱정한다면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세워야 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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