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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뽑아서 슥'...자영업자 울리는 블랙컨슈머,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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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블랙컨슈머' 관련 민원 1306건…연평균 130건
전문가 "블랙컨슈머, 공급자 취약점 이용해 허위적인 행위"

지난달 25일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폐쇄회로(CC)TV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달 25일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폐쇄회로(CC)TV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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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음식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넣은 후 가게에 문제가 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등 의도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의 만행이 계속되고 있다. 블랙컨슈머란 악성이라는 뜻의 블랙(Black)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악성민원을 고의적,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지난달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머리카락이 나왔다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파주에서 짬뽕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작성자 A씨에 따르면 가게를 찾은 한 여성이 짬뽕을 주문해 먹던 중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항의했다. 그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음식에서 나왔다고 주장한 머리카락은 검은색 생머리로, A씨는 자신을 포함한 가게의 모든 직원이 곱슬 혹은 염색모였기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식사를 마친 B씨가 물을 마시고 머리카락을 뽑아 음식에 넣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자연스러운 행동을 봐서는 아마도 비슷한 일을 많이 저질렀겠어요. 얼마나 많은 분들이 피해를 봤을지", "준대로 돌려받기를", "짬뽕 한 그릇에 양심을 팔고 싶나. 신상공개 해야 한다"며 분노했다.


이는 블랙컨슈머에 관련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지난 8월10일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에선 음식에서 달걀과 체모가 나왔다고 주장한 손님의 충격적인 반전이 공개됐다.

포항의 한 갈비집을 방문한 40대 남녀가 6만원 상당의 음식을 주문해 식사하던 중 고기에선 달걀 껍데기가, 밥에선 체모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큰소리를 내며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가게를 떠났다.


하지만 업주는 고기 다듬는 장소와 달걀을 쓰는 장소가 분리되어 있음에도 고기에서 달걀 껍데기가 나왔다는 말에 이상한 점을 느꼈고, 폐쇄회로(CC)TV에는 몸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자신의 체모를 뽑아 넣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SBS 모닝와이드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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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무리한 환불 요구가 계속되어도 가게 입장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오프라인상에서 블랙컨슈머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 리뷰나 별점 시스템이 꼽힌다. 지난 5월 발생한 새우튀김 갑질 사망 사건 등이다.


직장인 B씨(29)는 "돈 몇 푼 아끼겠다고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간다"며 "이들 때문에 실제 가게의 실수가 생겨도 눈치가 보여서 괜히 말하기가 꺼려질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블랙컨슈머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고 있다. 식당이나 사자의 인격을 공경하는 표현이나 모멸감을 주는 리뷰를 남긴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모욕죄·형법 제311조)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자신이 주문한 음식의 질을 평가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익적 목적을 벗어나 비방의 목적이 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허위 리뷰로 점주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가중처벌(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된다. 이로 인해 영업 방해가 초래된 경우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블랙컨슈머 관련 민원 현황은 1306건으로, 연평균 130건이 신고됐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소기업 83.4%의 업체가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블랙컨슈머·악성댓글 등으로부터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소비자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발의한 임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성장으로 배달앱 사용량이 폭증했지만 '악성리뷰', '리뷰갑질'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블랙컨슈머와 같은 불공정 소비행위를 근절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블랙컨슈머의 이 같은 악의적 민원제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로부터 리뷰 등 정보의 확산이 재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렇다 보니 공급자들이 어느 정도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이런 취약점을 역이용해서 허위적인 행위를 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공급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선 블랙컨슈머들의 행동이 처벌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블랙컨슈머가 시장의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캠페인성 교육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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