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커스터디 사업 진출
신규 먹거리 주목…수수료 창출 기대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을 보관해주는 ‘수탁(커스터디)’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나섰다. 실명계좌 발급처럼 법적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해당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수료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상화폐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함이란 분석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이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했다. 현행법상 은행이 직접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업무를 겸영할 수 없지만 블록체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커스터디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다. 가상화폐 외에 대체 불가능 토큰(NFT),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기반한 증권형 토큰(STO) 등도 보관할 수 있다.
이는 고객의 금융자산을 수탁 관리해주는 은행의 기본업무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상화폐 보관과 관련한 수수료 수익과 이를 활용한 투자 수익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크다.
커스터디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7일 커스터디 전문 기업인 카르도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실시했다. 카르도는 현재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 수탁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조기에 사업기반을 다져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해치랩스, 해시드 등과 함께 합작법인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한 후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임사 위메이드 등이 주요 고객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자산 관리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했다. KDAC는 고객사로는 넥슨의 지주사인 NXC와 알파자산운용 등이 있다. 우리은행도 코인플러그와 함께 디지털 자산 수탁사 ‘디커스터디’를 만들었다.
은행들이 이처럼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나선 것은 가상화폐 등 시장이 날로 규모를 키워가는 영향이 크다. 가상화폐를 새로운 투자처나 인플레이션 헤지(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주식, 토지, 상품 등을 구입하는 것) 수단으로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가상화폐거래소 직접 이용이 불가능해 하드웨어 형태 지갑에 보관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은행 금고 등이 가장 안전한 보관 장소로 꼽힌다.
또한 미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도 분석된다. 보안과 투명성 측면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전 금융권에서 널리 사용될 것을 미리 대비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탁 사업의 경우 은행 입장에서 자금세탁 이슈도 없어 부담이 덜하고 신규 수수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업과 협업으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은행의 비이자수익 다변화를 위해 디지털 자산 수탁업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방크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기 위해 현지 당국에 관련 면허를 신청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 역시 지난해 7월 현지 은행이 디지털 자산 수탁업을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한 바 있다. OCC는 디지털 자산 관련 개인키 보관 업무가 은행이 하던 기존 자금 수탁과 동일한 영역이라 해석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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