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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기생충 집단이 장악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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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기생충 집단이 장악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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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새로운 인사법이 생겼다. "화천대유 하세요" 하면 "천하동인 하세요"라고 답하는 거다. 판교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소수의 투자자들이 엄청난 목돈을 챙긴 것을 빗대서 서민들의 허탈한 감정을 표현하는 풍자다.


그런데 이익을 챙긴 당사자들은 투자의 위험도가 높으면 이익도 큰 것이라고 강변한다. 사업구조가 애초 그렇게 짜이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국회의원 아들은 ‘나는 오징어게임의 말’에 불과했다고 항변하고 아버지는 "몰랐다"고 한 마디로 퉁치려 한다. 분명 금융기관이 낀 투자조합인데, 수익은 금융기관이 아니라 1인 기업 비슷한 법인들을 내세워 참여한 개인들이 싹쓸이했다.

가관인 것은 까면 깔수록 대학동문, 법조계, 정계, 경제계 인맥이 굴비꾸러미처럼 드러나는 것이다. 뇌물 한 푼 받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적 공동체’라는 혐의로 총 45년을 구형했던 저명한 변호사도 등장한다. 그의 딸은 화천대유 직원으로 취직했다. 이밖에도 전직 검사장, 전직 대법관, 국내 5대 그룹 사주의 가족 등 줄줄이 사탕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아무도 "내 책임이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인가를 내 준 당사자인 한 대권주자는 "민간에 돌아갈 이익 중 절반가량을 챙겨서 시민에 돌려주었기 때문에 내가 잘한 것이다"고 강변한다.


온전한 정신을 갖고 살아온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날로 커진다. 묵묵히 자기 위치에서 생업을 위해 분투해 왔던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내가 잘못 살아왔나’라고 자문하게 만든다. 안타까운 것은 ‘맞아, 나만 바보처럼 살아왔어. 나도 미쳐봐야지’라고 결심해도 이들에게는 연줄도 기회도 제공되지 않는다.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화천대유의 뜻을 펼치려 해도 그들에게는 ‘하늘’이 없다.

성남시가 환수했다고 주장하는 5500억원과 화천대유 브라더스 들에게 들어간 돈 4000억여원을 합치면 1조원에 육박한다. 1조원을 분양이 완료된 5248가구로 나누면 세대당 1억9000만원이다. 결국 한 집당 1억9000만원씩 뜯긴 셈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거대한 기생충집단의 실체를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며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집단이 결국은 자기들끼리 온갖 이권을 공유하는 거대한 ‘경제공동체’였다는 사실이다. 어떤 대권주자의 말대로 거대한 이권카르텔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야을 넘나드는 정치꾼들은 물론이고 특히 법조계의 실태는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대부분 변명은 이름만 걸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름만 걸어 놓고도 1000만원, 2000만원의 대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양심을 팔아먹은 것이다.


이들이 경제적 공동체, 이권카르텔 속에서 편안하게 돈 잔치를 벌이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1억원, 2억원이 부족해서 새집으로 이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주택수요을 막겠다고 정부가 금융권 대출을 아예 틀어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지옥에서 사는데, 엘리트 집단은 하늘의 도움으로 돈 벼락을 맞고 있다.


베버의 저작 중에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이 있다. 근면 노동 정직 신용 즉 직업적 소명의식이 자본주의적 핵심 가치라는 말이다. 사회구성원이 직업적 소명의식을 버리면 그저 기생충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정직하게 벌지 않은 돈, 노동으로 벌지 않은 돈, 노력을 들이지 않고 번 돈 모두가 누군가의 몫을 훔치고 뜯어 먹는 돈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근본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강영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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