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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추세 맞춰야" vs "식습관을 규제하나" 개 식용금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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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단체 "개 도살, 식용 막기 위한 실질 대책 촉구"
육견협회 "군부독재 때도 먹거리 규제는 안해" 질타
연간 약 70~150만마리 식용개 유통 추산
열악한 위생 관리, 일부 불법 시설 동물 학대 문제도
전문가 "업계 종사자들 생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국 개농장 이야기를 다룬 미국 다큐멘터리 '누렁이' 한 장면. / 사진=웨버샌드윅

한국 개농장 이야기를 다룬 미국 다큐멘터리 '누렁이' 한 장면. / 사진=웨버샌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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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금지' 검토를 주문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 사회에서도 '보신탕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동물 단체들은 국내에서 개가 이미 반려동물의 지위에 이르렀다며 신속한 법제화를 촉구한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가 식문화까지 규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전문가는 개 식용금지를 추진하더라도, 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점화된 '개 식용금지' 논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김부겸 국무총리로부터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보고 이후 문 대통령은 "이제 개 식용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언급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개 식용금지 검토' 언급은 3년 전 청와대 발언과 달라진 것이다. 지난 2018년 8월 청와대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 달라'고 촉구한 한 국민청원에 대해 "국제적 추세에 따라 (개고기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추세에 맞춰 나가야 한다"라면서도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 대책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라고 유보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추미애 후보 등은 "찬성한다"고 밝혔으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시장의 작동을 외면하고 '다수가 원하니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포퓰리즘"이라며 "국가가 개인 취향이나 식습관까지 규제할 권리는 없다"라고 질타했다.

한 동물단체 회원이 개, 고양이 등 식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동물단체 회원이 개, 고양이 등 식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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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시민사회에서도 이어졌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45개 동물권 단체는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국회를 향해 "하루빨리 개 도살 및 개 식용 금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육견(肉犬)단체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망언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거짓에 속아 망언을 하셨다"라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법으로 금지하는 건 일제시대 때도, 군부독재 상황에서도 없었다"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어 "개 식용은 우리의 오랜 역사이고 문화고 팩트"라며 "식용 개는 축산법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쭉 가축이었고, 전업농이 나오는 자랑스러운 우리 것이다. 김치가 세계 브랜드화 됐던 것처럼 개고기도 세계화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간 70~150만마리 식용견 유통…위생·학대 문제도


국내 '개 식용'은 그 역사가 약 수백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대표적 의학서적인 '동의보감(1610년 편찬)'에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고 적혀 있는 등, 개를 먹기 시작한 지 최소 400년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개고기를 유통하고 요리하는 문화도 널리 정착됐다. 현재까지 개 농장과 관련된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환경부·동물권 단체 '카라'·육견협회 등 자료를 취합하면 현재 국내에는 연간 약 70~150만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식용견 산업으로 창출되는 매출은 약 2800억원에 이른다.


식용견 사육 농장 철창 속에 갇힌 개들 / 사진=연합뉴스

식용견 사육 농장 철창 속에 갇힌 개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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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개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이 닐슨코리아와 함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식용견 소비 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개고기 금지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58.6%에 달했다.


'개도 식용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30.8%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약 7명은 개 식용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식용견을 기르는 농장들의 위생 문제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건국대 수의과대학 소속 '3R 동물복지연구소'가 재래시장에서 채취한 93개의 개고기 샘플에 대해 세균·항생제 등 검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샘플 중 61개(65.4%)에서 항생제 성분이 나왔고 대장균 등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세균이 포착됐다. 식용견 사육·유통 과정에서 위생 관리가 미흡했다는 뜻이다.


일부 불법 도축장에서 개를 '몽둥이질'로 죽이거나, 전기로 감전시키는 등 학대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업계 특수성, 현황 면밀히 고려해 규제해야"


전문가는 업계 종사자들의 생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성호 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식용견 산업이 야기하는 불법 축산 등 부정적 문제와 사회적 비용이 야기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개 식용금지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라면서도 "산업의 전환에 따른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 문제, 특수성과 현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확고한 의지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산업 규제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사안을 질질 끌어선 안 되고, 이 문제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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