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더 센 놈이 온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꼽히는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진출 채비를 마치며 사실상 넷플릭스 1강 구도인 국내 OTT시장 판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최근 드라마 ‘D.P.’ ‘오징어게임’ 등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로 연타 홈런을 친 넷플릭스는 막강한 콘텐츠 라인업을 구축한 디즈니+에 맞서 본격적인 ‘콘텐츠 전쟁’도 예고한 상태다. 통신사 주도의 IPTV 업계에서도 디즈니+가 시장을 뒤흔들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디즈니+ 상륙, 불붙는 ‘콘텐츠 전쟁’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오는 11월12일 국내 서비스 개시와 함께 굵직한 콘텐츠 라인업을 예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운데서도 국내에서만 150만명 관객을 돌파한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오리지널 단편 ‘올라프가 전해요’ ▲영화 ‘나 홀로 집에’를 재해석한 ‘나 홀로 즐거운 집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도 ‘너와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무빙’ 등을 준비 중이다.
디즈니+는 마블,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유아부터 실버세대까지 전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국내시장을 독주하는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평가돼 왔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한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831만명으로 국내 대표 OTT플랫폼인 웨이브(313만명), 티빙(264만명), 왓챠(138만명) 3사의 합산 규모를 훨씬 웃돈다.
업계 안팎에서는 디즈니+ 상륙을 계기로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콘텐츠 전쟁이 불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즈니+가 출시 이후 한국 오리지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디즈니+ 외에도 애플TV+, HBO맥스 등 다수의 OTT가 한국시장에 진출해 한국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넷플릭스 역시 디즈니+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한국 콘텐츠에 공들이는 모습이다. 주춤했던 국내 가입자 증가세 역시 최근 D.P.와 오징어게임의 연타 히트로 반등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글로벌 팬 이벤트 투둠(TUDUM)을 개최해 ‘인간수업’ 김민진 감독의 차기작인 드라마 ‘마이네임’,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지옥’, 2075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시리즈 ‘고요의 바다’ 등 조만간 선보일 한국 콘텐츠들을 별도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토종 OTT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생존 전략으로 앞세운 상태다. 웨이브는 연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네이버와 손잡은 티빙은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오리지널 드라마로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 중 ‘내과 박원장’ ‘술꾼 도시 여자들’도 단독 공개한다.
◇IPTV시장도 여파 미칠 듯
디즈니+의 한국 상륙은 국내 OTT시장뿐 아니라 IPTV시장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전날 LG유플러스는 디즈니+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자사 IPTV인 ‘U+tv’와 LG헬로비전이 운영하는 케이블TV ‘헬로tv’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2018년 넷플릭스 진출 당시 점유율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디즈니+가 LG유플러스의 가입자 반등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LG유플러스는 IPTV와 케이블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KT에 이어 2위다. 3위 SK브로드밴드와의 격차를 확연히 벌리며 1위 추격의 기회까지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이 31.8%, LG 계열(LG유플·LG헬로비전)이 25.2%, SK 계열(SK브로드밴드)이 24.6%를 차지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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