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불륜 배우자의 허락이 있었다면 상간자가 몰래 집에 들어갔더라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간통죄 부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도의적으로 상당한 비판을 할 수 있으나 정작 처벌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내연관계에 있던 B씨 집에 들어가 부정한 행위를 해 B씨의 남편으로부터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A씨가 공동주거인 중 1명인 B씨의 동의만 받고, B씨 남편 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원의 판단은 입장차를 보였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으로 B 씨의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정신적 피해가 크다"며 A 씨의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과거 유사한 사건에서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갔더라도 이 행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할 것으로 추정된다면 주거의 평온을 해친 것"이라고 판단한 선례를 따른 것이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 씨가 집에 들어갈 당시 B 씨의 배우자에게 승낙을 받았기 때문에 주거의 평온을 해칠 수 있는 방식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1심 판단을 뒤집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 역시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방법으로 집에 들어간 것은 아니므로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전원합의체는 "침입이란 객관적, 외형적으로 볼 때 거주자가 집에서 누리는 평온한 상태를 해치는 방식으로 집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집에 있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집에 들어갔다면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결과가 파장을 일으킨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판결은 1984년부터 유사한 사건에서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던 대법원의 기존 판결을 37년만에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간통죄는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62년 만에 폐지된 바 있다.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국가 권력이 여기에 개입해선 안 되며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맡겨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다만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정신·육체적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상간자 위자료 청구소송'으로 민사상 처벌은 가능하다.
일각에선 사실상 간통죄 폐지 이후 살고 있는 사람이 집에서 누리는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처벌 조항인 주거침입죄가 그 자리를 대신해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남편 B 씨는 아내와 불륜을 위해 자신 몰래 집에 들어온 남성을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했던 것으로 그에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자 간통죄 부활 등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여론은 황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누리꾼들은 "참 간통죄를 폐지한 것도 모자라서 아예 대놓고 집에서 서로 간통하라는 거네", "바람피워도 처벌할 수 없다니. 간통죄는 왜 폐지시켜서 가정을 더 파괴시키나? 오죽하면 주거침입으로 고발했을까? 간통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등의 의견을 내며 분노했다.
한편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간통죄 부활과 관련된 청원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적반하장 태도로 일관하는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나 상간자에 대한 고발과 함께 강도 높은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다.
다수의 간통죄 부활 청원글 중 하나를 작성한 청원인은 "(상간자가) 상대 배우자와 자녀들이 거주하는 가정집에 침입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도리를 저버린 기망의 행동"이라며 "불륜하는 배우자를 둔, 상처받은 남은 자들은 이세상 어디에도 설곳이 없다. 가정에서 만큼은 안위와 건강,휴식,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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