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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신외감법 3년...기업회계, 규제 아닌 소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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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신외감법 3년...기업회계, 규제 아닌 소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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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며 "사후적인 제재에 의존해서는 소비자 보호도 취약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금융감독체계 재정립을 위해 "시장과 대화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전문가의 조언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장의 말처럼 이제 기업회계도 규제가 아닌 소통의 대상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기업회계는 1980년말 제정된 외부감사법에서 다뤄져 왔다. 그런데 외감법은 기업이 책임져야 할 회계투명성을 회계사의 책임으로 전가해 분식회계의 근원이 됐다.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고 회계사가 대신 작성해 그것을 회계사 본인이 감사하는 관행이 시작된 것이다. 외감법의 한계가 신외감법의 등장 배경이 됐다. 외감법 제정 이후 수많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2017년 개정을 신외감법이라 부르는 것은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회계사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외감법은 기업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기업주도’가 아닌 ‘감독주도’로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지향하고 있다.

신외감법의 주된 산물인 ‘주기적 지정제도’란 기업이 6년 동안 회계사를 선임한 후 감독당국이 회계사를 3년 동안 지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기적 지정에서는 기업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주기적 지정제도가 입법되기 전에는 선택지정제도가 주로 논의됐다. 선택지정제도란 기업이 3개의 회계법인을 추천하면 감독당국이 한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여기서는 분명 기업의 역할이 존재한다. 하지만 선택지정제도를 논의하던 중 주기적 지정제도가 입법화됐다. 이를 보더라도 여전히 기업회계를 기업주도가 아닌 감독주도 프레임에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11월 발표된 연구에서 주기적 지정제도에 대한 기업의 찬성률은 18.2%에 불과하다. 정 금감원장이 강조한 시장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외감법의 또 다른 주요 제도는 표준감사시간이다. 표준감사시간이란 회계감사에서 투입해야 할 표준시간을 의미하지만 현장에서는 최소 감사시간으로 인식하면서 감사시간 조차 감독시각에서 접근되고 있다. 표준감사시간이 명칭대로 표준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회계사 선임 권한을 가진 기업의 감사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표준감사시간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정 금감원장이 주장하는 균형 있는 사전·사후 감독은 과거 수장들도 천명해 왔던 것이다. 왜 이러한 천명이 반복되는가. 그것은 감독당국의 시장에 대한 불신에 있다. 기업회계의 경우 원칙주의 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지 11년에 들어서고 있다. 초기에는 원칙주의에 대한 혼돈 때문에 기준의 해석 등에 있어서 감독당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회계기준의 적용과 해석이 기업 주도라기 보다는 여전히 감독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사업보고서에도 보고되지 않는 과거 연도의 회계처리에 대한 사후적 감독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것이 해석의 문제라면 더욱 지양해야 할 것이다. 둘째. 회계처리에 대한 조사기간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회계조사가 수년 동안 진행되는 사례도 있다. 세무조사나 감사원의 감사도 일정 기간 내 진행되고, 기간이 초과할 경우 내외부의 승인절차를 거친다. 회계조사도 기간을 명확히 하고 기간 확장 시 엄격한 승인을 받도록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이 사후감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결국 평가시스템과 연계될 수 밖에 없다. 무리하더라도 징계를 이끌어내야 높은 고과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평가시스템 하에서는 사전 감독보다 사후 감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정 신임 금감원장이 천명한 규제가 아닌 지원, 사전·사후 감독의 조화, 소통의 감독이 이번에는 꼭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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