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진 변호사(가운데)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왼쪽) 등이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의 일본제철을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을 또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이와 유사한 다른 소송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피해자 측의 청구를 기각한 것과 같은 취지로 분석된다.
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정모씨의 아들 등 유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약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여러 소송 중 하나다. 앞서 정씨는 일제강점기인 1940~1942년경 일본 가마이이제철소 등에 강제동원됐다. 정씨의 아들 등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피해자들이 큰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지난 2019년 4월 일본제철 주식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제철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법원의 공시송달(법원 관보에 내용을 게재해 소송 당사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후 대리인을 선임하고 재판에 참여해 왔다.
이날 판결의 주요 근거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풀이된다. 이 재판부는 지난달 11일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2017년 2월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소멸시효를 이유로 기각해 원소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소송도 마지막 변론기일로부터 3주 만에 선고기일이 잡혀 재판부 견해가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현행 민법상 불법행위 피해자는 법적으로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던 날부터 10년 이내로 소송 제기 시점을 제한받는다. 단 이같은 권리행사에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이 조건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제징용 소송에서 장애사유 해소 시점이 2012년인지, 2018년인지를 두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달라 논란이 됐다.
피해자들은 2018년 배상 책임을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일본기업 측은 일본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난 2012년을 소멸시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중 어떤 선고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봐야하는 지는 대법원이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 이번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2012년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했지만,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최인규)는 2018년을 기산점으로 보고 2018년 말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했다.
이날 피해자 측 대리인 전범진 법무법인 새솔 변호사는 법정에서 나와 "지난달 (기각 판결된) 소송과 동일한 재판부라 소멸시효 기간 경과를 이유로 기각한 것 같다"며 "이와 상반되는 광주고법 판례가 있어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 당사자들과 이야기해 항소할 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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