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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범이다'?..감옥서 자서전 쓰는 범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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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이영학 등 옥중 자서전 출간 사례 많아..시민들 '분노'
'KAL기 폭파' 北 공작원 김현희씨, 인세 유가족에 전달하기도
전문가 "인간은 다면적..출간 당시에는 반성했을 수 있어"
형기를 줄이거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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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종이가 아깝다", "가족 사연 팔아서 번 돈 어디다 쓰려고?"


잔인한 범죄를 저질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던 범죄자들이 옥중에서 책을 펴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출소한 직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6)이 과거 교도소 복역 중 회개하는 내용의 에세이를 출판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5일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성범죄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강윤성은 청송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지난 2009년 자기계발서 작가 김모씨에게 편지를 보내 출판을 부탁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식당 일을 하는 아내가 아들, 딸과 여관방을 전전하며 어렵게 산다"고 호소했다.


이를 승낙한 김씨는 강윤성으로부터 받은 자필 원고를 엮어 지난 2010년 5월 책을 냈다. 본명 대신 강우영이라는 필명으로 낸 책에는 "가족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가족의 모든 고통이 나에게서 비롯됐다는 생각에 죽고만 싶다" 등 가족을 향한 애정과 미안함, 반성 등이 담겼다.


그러나 정작 강윤성이 첫 인세를 부친 계좌는 교도소에서 펜팔을 주고받았던 여성의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의 딸도 강윤성의 자녀가 아니었다. 작가 김씨에 따르면 당시 책이 거의 팔리지 않아 초판 2000부 가운데 500부만 남기고 파본했고 출간 1년 뒤 계약도 종료됐다.

지난 2018년 9월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이영학.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2018년 9월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이영학.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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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18년에도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39)이 구치소에서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영학은 지난 2017년 9월30일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성추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수사를 통해 이영학이 과거 성매매 사이트를 운영했을 뿐 아니라 성매매에 아내를 동원하기까지 한 사실도 밝혀졌다. 과거에 방송에 출연해 딸의 희귀병 치료 명목으로 모금했던 12억원도 대부분 자신의 유흥비로 탕진했다.


이영학은 자신의 딸에게 "아빠가 이곳에서 책 쓰니까 출판 계약되면 삼촌이 집이랑 학원 보내줄 거야"라며 "1년만 기다려. 우리 복수해야지"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범죄자들의 출판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분노했다. 직장인 박모씨(27·서울 서대문구)는 "교도소에서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고 책을 내서 인세를 얻겠다는 심산으로 보여 화가 난다"며 "사회적으로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책을 내주는 출판사는 또 뭔가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씨(23·부산 서구)도 "가족들을 팔아 불쌍한 척, 반성하는 척하는 모습이 어이없다"며 "출판된 책을 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심정이 어떻겠냐"고 분개했다.


이밖에도 출판에 욕심을 낸 범죄자들은 많다. 지난 1987년 11월 승객 및 승무원 115명을 희생시킨 대한항공 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도 자신의 유년기 추억, 북한 공작원 선발 과정 등을 담은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1991년에 펴 냈다. 그는 책으로 벌어들인 인세 8억5000만원을 KAL기 유가족 대표단에 전달하며 사죄와 반성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씨(71)도 지난 1995년 만기 출소한 뒤 자서전 '어둠 속에 솟구치는 불빛'을 출간했다.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보스'에는 아내 김소영 씨와 함께 직접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같은 심리를 두고 전문가는 인간의 다면적인 심리 상태가 발현된 것이라고 봤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인간이 늘 일관성 있는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다. 특히 심리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며 "교도소 내에 구금돼 범죄가 불가능한 환경에 있을 때는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다가도 출소 등 환경이 변화하거나 분노가 표출될 때는 흉악범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범죄자의 방어기제가 발현됐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범죄를 뉘우치는 내용의 자서전을 쓰면) 자신의 형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나, 교도소 내에서 다른 수감자 및 교도관들이 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의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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