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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달 탐사선은 왜 태양을 향해 발사될까?[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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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KPLO) 상상도.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KPLO)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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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내년 8월1일 한국이 만든 첫 달 탐사 궤도선(KPLO)이 발사됩니다.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항아가 노니는' 상상 속의 달나라가 한국인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2024년엔 미국 주도로 인류 두 번째의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가 진행됩니다. 달은 1950~60년대 미국과 옛 소련이 탐사 경쟁을 벌였지만 과학기술ㆍ국력을 자랑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50년 넘게 버려져 있었죠. 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이 다시 달에 가려고 애를 쓸까요?


◇옥토끼ㆍ항아 없어도 제2의 지구

달은 앞으로 값 비싼 자원을 캐고, 우주 관광 및 탐사의 전진 기지로 활용됩니다. 화성에 앞서 지구인의 '제2의 고향'으로 개발될 것입니다. 달에는 백금, 희토류, 헬륨3, 티타늄 등 값 비싼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인류가 장기간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도 최근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2009년 위성을 충돌시켜 날아오르는 모래ㆍ바위 조각을 분석하는 실험을 통해 달 남극에 대량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2017년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분석한 결과 달의 맨틀과 표면에 물이 다량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죠.

인간이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장기간 거주하면서 관광을 즐기거나 자원을 채굴해 지구로 보내고, 화성 등 다른 행성으로 보낼 수 있는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지구에선 중력 탈출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대형 우주선을 만들고 발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달의 중력은 6분의1 밖에 안 돼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구와 달에 셔틀 우주선이 왕복하면서 관광객들과 우주조종사, 광물을 실어나르는 게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됩니다. 아마 30년 쯤 후엔 달나라 수학여행을 떠나게 될 수 있죠. 실제 미국은 10여개국과 아르테미스 약정을 맺어 루나게이트라는 일종의 우주정거장을 짓고 본격적인 달 탐사ㆍ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고, 2024년 달 착륙 탐사를 시작으로 본격화됩니다. 한국도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하면서 아르테미스 약정 체결에 합의해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됐죠.

한국의 첫 달 탐사선은 왜 태양을 향해 발사될까?[과학을읽다] 원본보기 아이콘


◇ 한국, 다국적군의 첨병

한국이 발사하는 KPLO는 독자적 달 개발의 시작이자 국제적으로는 인류 두 번째 달 착륙의 '첨병'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르테미스 착륙선이 도착할 달 남ㆍ북극 영구음영지대를 탐사해 적합한 착륙지를 물색합니다. 이를 위해 KPLO에는 NASA가 제작한 어두운 곳도 볼 수 있는 음영 카메라(Shadow Cam)이 장착됩니다. NASA는 또 KPLO-한국 지상 관제국간 심우주 통신, 임무 설계 및 항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NASA가 그동안 쌓아 온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해 달에 도달하는 방법부터 탐사 임무 전체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전문가들과 함께 설계하고 노하우를 전수해줍니다.


KPLO는 다른 임무도 수행합니다. 항우연의 고해상도카메라로 달 표면 주요 착륙 후보지와 물ㆍ헬륨3 등 자원 존재 가능 지역 등에 대해 촬영해 미리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우주인터넷장비 통신 기술 시험도 있고,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편광카메라로 사상 최초로 달 표면에 대한 편광 영상 촬영을 통해 티타늄 분포 지도를 만듭니다. 경희대가 만든 자기장 측정기로 달 주위ㆍ표면의 자기장을 측정하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로 달표면 원소지도 및 우주방사선 환경지도도 작성할 예정이다.


한국의 첫 달 탐사선은 왜 태양을 향해 발사될까?[과학을읽다] 원본보기 아이콘

◇ 4가지 달로 가는 길

'80일간의 세계일주'로 유명한 쥘 베른은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소설을 통해 초대형 대포로 달 여행을 시도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약 38만km의 거리인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지구에서 달로 여행하는 길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빠른 길은 쥘 베른의 상상처럼 지구에서 달로 곧장 직행하는 경우인데 '직접전이궤도'라고 부릅니다. 지구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우주선을 발사하면 3~6일 만에 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중력에서 곧장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빨라야 하고 감속 기동을 위해 엄청난 연료가 소모됩니다. 임무 기간도 짧고 정교한 기술과 노하우, 발사 날짜 등 제한이 많습니다. 미국도 사전에 5~6번의 실험을 거친 후에야 성공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습니다.

한국형 달궤도탐사선이 선택한 WBS방식.

한국형 달궤도탐사선이 선택한 WBS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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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선택지는 '돌아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우선 타원형으로 지구를 크게 돌다가 달의 궤도에 합류하는 위상 전이 방식이 있는 데 1~2개월 가량 시간이 걸립니다. 일본, 중국, 인도 등 초보 달 탐사국들이 대부분 채택하는 쉬운 길입니다. 또 태양을 향해 발사해 멀리 갔다가 돌아 오면서 달의 궤도에 진입하는 WSB(Weak Stability Boundary) 방식도 있습니다. 80~140일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지점까지 갔다가 돌아 오지만 연료는 위상 전이 방식보다 적게 듭니다. 태양의 힘을 이용해 궤도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아주 낮은 궤도에서 출발해 뱅글뱅글 돌다가 지구를 빠져나가 달에 도착하는 방식(나선전이)도 있는 데 연료 소모가 가장 적은 대신 1년이나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KPLO는 당초 위상 전이 방식을 택했다가 설계 과정에서 WSB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NASA의 음영카메라 장착으로 무게가 550kg에서 678kg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1년간의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지자 연료를 아낄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한 거죠. 한국은 전혀 경험이 없지만, 음영카메라 때문에 '신세를 진' NASA가 앞장서서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로 했답니다. 미국은 2011년 쌍둥이 달 궤도선 '그래일'이 WSB 방식을 시도해 성공했습니다. 이번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달 궤도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달-지구간 중력 평형점에 진입해 느리게 이동하면서 달의 궤도에 포획되는 작전으로 연료를 좀 더 아낄 수 있답니다.


◇ 2023년 한가위, 달 주변에 있다

달 탐사 궤도선은 최근 NASA의 음영카메라 부착을 마치는 등 성공적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탑재체들도 제작을 마쳐 입고된 상태구요. 내년 5월 초 총 조립 및 시험을 마친 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배럴 공군기지로 옮겨져 8월1~9월9일 사이에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됩니다. 달 궤도 도착일은 내년 12월16일 이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쉽게도 내년 한가위 보름달을 뜰 때까지는 한국의 첫 달 궤도선이 주변을 돌고 있지는 않겠죠. 달궤도선은 2023년 12월31일까지 임무를 수행하게 되니 그해 내내 달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한편 KPLO 사업의 예산은 총 2255억원인데 무게 증가로 발사업체에 116억원이 추가로 지급된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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