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자원이다’ 혹은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라는 말처럼 산업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과 국민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 데이터를 거래하는 시장과 데이터를 활용해 신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등 전통 산업에서 보기 어려운 유형의 경제 활동에 기반한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2019년 데이터산업 전체 시장 규모는 16조8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성장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는 연평균 11.3% 성장해 2025년 32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존의 법·제도가 데이터 경제 특성을 반영해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시장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제도가 주로 전통적 의미의 재화에 관련돼 형성됐다는 점에서 데이터 경제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예로 전통 재화는 주로 희소성에 기반하고 있고 규모에 대한 수익체감을 기본 형태로 갖추고 있지만, 데이터의 생산량은 급속히 증가하고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은 감소해 규모에 대해 수익 체증이 이뤄지는 형태를 갖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데이터에 관련돼 논의된 제도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사항이 주를 이뤘다. 경쟁법 등의 관점에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데이터 관련 기존 법·제도를 살펴보면 데이터와 관련된 정보 주체를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지능정보기술 활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선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장이 실질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변화하는 경쟁 상황에 따른 규율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 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특히 경쟁법 관점에서 기존의 경쟁 질서와 데이터 경제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한편, 데이터 경제에서의 자유로운 데이터 활용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다. 데이터 공유·이동을 촉진함과 동시에 데이터 생성·가공 주체에 대한 보상 문제 등 데이터 생산자부터 이용자에 이르기까지의 권리 주체에 대한 개별 규율 방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논의의 출발점에서 고려할 것은 적절한 데이터 경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춰져 있으나 데이터를 하나의 재화로 취급하는 관점에서는 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 이 지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점 중의 하나는 데이터 경제에서의 경제 행위 형태가 명확하게 분류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점과 규제 대상 행위가 무엇인가, 그에 따른 위험에 대한 분석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기술 개발 등 기업의 자율성 보장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 역시 고려돼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감안하면 시장 행위자의 전문성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의하달식의 규제보다는 규제 단계별로 공적 주체와 시장 행위자가 역할을 분담하는 형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행위자와 공적 주체 간 공동 규제와 관련된 기본적인 내용과 데이터 경제 체계의 건강한 운용에 관련된 최소한의 요건들은 법적으로 규율해야 한다. 세부 규율 내용의 결정과 집행 등은 시장 행위자들로 구성되는 자율규제 조직이 담당하는 형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법·제도 체계에 대한 논의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데이터 산업의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