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증가액 한 달만에 반토막 났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큰 폭의 증가세 이어가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도 급증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가 맞물리면서 가계 빚 증가액이 한 달만에 반토막났다. 은행에서 빌린 돈의 대다수는 잠시 돈을 맡겨두는 임시정류장 성격의 파킹통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가계대출 옥죄기가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8149억원으로 7월 말 695조3082억원보다 3조5067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는 7월 순증액 6조2009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가액이 급감한 데에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축소하는 등 신용대출 관리를 강화한 영향이 컸다. 5대 은행의 8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8942억원. 전월 140조8930억원 보다 12억원 순증하는 머물렀다. 7월 대형 공모주 청약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 잔액이 1조8636억원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갔다.
8월 주담대 잔액은 493조4148억원으로 7월 489조5837억원에 비해 3조8311억원 늘었다. 올해 최대 증가액으로 7월 증가액 3조8237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4조원에 육박하는 증가액을 나타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주택 매매 및 전세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간 데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되기 전 미리 주택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이 지난달 23일을 끝으로 신규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는 등 은행권에 대출 제한 움직임이 일자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거나 생활자금을 끌어다 쓰기 위해 예정보다 조금 일찍 자금을 확보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받을 수 있을 때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심리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는 언제든 돈을 뺐다 넣었다 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급증으로 이어졌다. 5대 은행의 8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85조1869억원으로 전월보다 11조5774억원 급증했다. 7월 3조9728억원이 감소했던 기록과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은행들이 즉각 수신금리부터 올리는 영향으로 정기예금 수요도 몰렸다. 8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632조696억원으로 직전월보다 7조9422억원 늘어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이달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30%포인트, 0.35%포인트 올리는 등 은행들은 이번주 일제히 예적금 금리 인상을 단행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잔액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신규금액은 한달 새 두 배나 뛰었다"며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들이 쏟아졌던 8월 일부는 금리인상과 대출한도 축소 때문에 빚을 상환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가 폭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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