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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극복 열쇠" vs "희망고문" 생명연장의 꿈 '냉동인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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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두번째 냉동인간 탄생
동결한 몸 극저온 냉동고 넣어 100년간 보존
미국 알코어, 러시아 크리오러스 등
극소수 기업서 냉동보존 서비스 제공
인체 훼손 없이 무사히 해동하는 기술 아직 없어
"과학기술 발전 가능성에 기대 거는 것"

냉동보존된 사람의 몸을 보관하는 극저온 질소 냉동고. / 사진=크리오아시아

냉동보존된 사람의 몸을 보관하는 극저온 질소 냉동고. / 사진=크리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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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국내에서 역사상 두번째 '냉동인간'이 탄생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냉동인간은 냉동보존된 사람을 이르는 말로, 냉동보존은 인간의 몸을 특수 냉동고에 보관해 약 100년 동안 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 난치병 환자 등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유족이 1세기 후 의료기술에 희망을 걸고 냉동보존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냉동인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아직 크게 엇갈린 상태다. 일각에서는 '난치병을 극복할 희망을 줄 수 있다'며 반기는 한편, 단순히 죽음을 인정하기 싫은 유족들에게 '희망고문'이 될 뿐이라는 회의적 전망도 있다.

100년 동안 사람 몸 보존…"과학기술 발전에 기대 거는 것"


지난달 30일 바이오 냉동기술 업체 '크리오아시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50대 A 씨는 담도암으로 사망한 아내를 냉동인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사측에 의뢰했다.


A 씨의 아내는 현재 한 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 있으며, 영하 30도로 유지되는 특수 냉동고 안에 보존 중이다. 크리오아시아는 A 씨 부인의 시신에서 혈액을 빼낸 뒤 동결 보존액을 주입해 세포 파괴를 막는 조치를 했다. 현재 시신을 안치할 직립형 냉동보존 챔버(방)를 제작 중이며, 다음달 중순에 완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아내를 완전히 떠나보낼 수 없어 냉동보존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오아시아 측은 "(A 씨는) 암으로 아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한 가닥 희망이 될 수 있는 냉돈보존을 알게 되고 위안을 얻게 됐다"며 "살아생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대를 걸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도암으로 사망한 50대 남성 A 씨의 아내가 국내 두번째 냉동인간이 됐다. 사진은 A 씨 부인의 혈액을 뺀 뒤 동결 보존액을 주입하는 수술 장면 / 사진=크리오아시아

담도암으로 사망한 50대 남성 A 씨의 아내가 국내 두번째 냉동인간이 됐다. 사진은 A 씨 부인의 혈액을 뺀 뒤 동결 보존액을 주입하는 수술 장면 / 사진=크리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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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A 씨의 부인은 국내 역사상 두번째 냉동인간이 됐다. 앞서 지난해 5월 사망한 80대 노모를 냉동보존한 50대 남성 이후 두번째다.


냉동보존은 사람의 신체 온도를 영하로 낮춘 뒤, 전신의 피를 뽑고 동결보존액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방식으로 동결된 인간을 영하 196도의 질소 냉동고에 보관하면 약 1세기를 거뜬히 버틸 수 있다. 다만 지금은 냉동한 인간을 '해동'시켜 무사히 되살리는 기술은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만 냉동보존을 진행할 수 있다. 또 서비스를 진행하기 전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최근에는 미래의 의학기술에 희망을 건 난치병 환자들,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유족들이 냉동보존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냉동보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알코르재단(미국), 크리오러스(러시아) 등인데, 지난해 기준 약 600명이 이들 기업에 냉동보존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와 유족에게 희망 줘" vs "검증 안 된 기술에 천문학적 돈 낭비"


냉동보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술이라는 긍정적 시선이 있는가 하면,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20대 직장인 B 씨는 "희소 질환이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금은 고칠 수 없는 질병이라도 미래에는 어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미국의 바이오 냉동기술 기업 '알코어'의 질소 챔버. / 사진=알코어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바이오 냉동기술 기업 '알코어'의 질소 챔버. / 사진=알코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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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회사원 C(31) 씨는 "보존 대상자가 합의했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 100년 뒤 깨어날 수 있을지 여부는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 거고, 죽은 사람들만 대상으로 할 수 있으니 윤리적인 문제도 없지 않나"라며 "남겨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이로운 기술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대학생 D(26) 씨는 "한 번 하고 나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시술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는 건 낭비 아닌가"라며 "가족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유족들에게 괜한 '희망고문'을 하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해외서는 안락사 업체와 협업…"또 다른 장례 문화 될지도"


실제 냉동보존 시술을 진행하는 업계에서는 냉동인간이 '새로운 장례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2018년부터 크리오러스와 독점 계약을 맺고 국내에 냉동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크리오아시아의 한형진 대표는 "본 사업을 추진하면서 외적으로는 '제3의 장례식'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며 "사람의 부활을 자주 언급하는 미국 알코어 사나 러시아 크리오러스가 허무맹랑하다는 비판을 받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현재까지는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사망 선고를 받은 시신에 대해서만 냉동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 때문에 외국 업체들은 안락사 업체와 협업해 냉동보존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며 "현실적으로 이런 사업은 국내에선 불가능하고, 대신 조만간 보험업체를 통해 서비스 비용을 부담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크리오아시아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크리오러스의 질소 냉동고에 냉동인간을 보내왔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도 장기 보존이 가능하게끔 냉동고를 짓고 있다.


한 대표는 처음 냉동보존 서비스를 공개한 지난 2018년 이후로 3년 동안 약 10건이 넘는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많은 사람들이 냉동인간에 대해 생소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부모의 임종을 준비하는 자녀나 먼저 아들·딸을 떠나보낸 부모들이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 서서히 국내에서도 시선이 바뀌고 있다"며 "머지않은 미래에는 냉동인간이 또 다른 장례 문화가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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