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전쟁상황실, 경제자문위원장이 수장맡아
중간선거 앞둔 정치적 '선택과 집중'...경제문제 우선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관련한 대내외적인 비판 속에서도 다시금 철군 정당성을 옹호한 것은 외교정책에서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이른바 ‘바이든 독트린’을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미국의 국익과 직결되지 않는 외교문제는 대내외적 비판에서도 과감히 포기하고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핵심 안보문제인 대중견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8월1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이후 백악관 내 전쟁상황실인 워룸(War room)을 설치해 운영해왔다. 그러나 주요 회의안건은 아프간 문제가 아닌 대부분 미 국내 경제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룸의 수장도 국방이나 외교전문가가 아닌 니라 텐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맡았다. 텐던 위원장은 앞서 21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순위는 1조2000억달러(약 139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법안과 3조5000억달러 규모 부양패키지 지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프간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에도 결국 최우선 국정문제는 국내 경제였던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가진 대국민성명에서 "아프간에서 분명한 목적조차 없이 2461명의 미국인이 희생되고 2조달러 이상의 비용이 투입됐다"며 막대한 인명과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 아프간 전쟁을 반드시 끝내야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발표하며 대외적으로 천명한 ‘바이든 독트린’의 내용이 더욱 분명해진 것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독트린은 미국의 국익과 연관이 없는 외교 및 군사작전은 과감히 포기하고 코로나19 백신접종과 경제 회복 등 내부 현안에 집중하며 안보부문의 핵심 위협이 되고 있는 중국 부상에 집중한다는 원칙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지난 20년간 우리를 이끌었던 외교 정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는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 대한 결정은 단지 아프간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다른 국가들을 재건하기 위한 주요 군사작전의 종료를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미국이 새로운 외교 정책의 장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도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냉정한 정치적 계산에 들어간 것"이라며 "미국 안팎에서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대한 비난여론과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필요하다면 국익을 위해 비난도 감수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홍보국장을 지냈던 제니퍼 팔미에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철군문제는 어쨌든 매듭지어졌고, 결국 가을에 바이든 행정부가 갈 길에 남아있는 것은 여전히 활개치는 코로나19와 인프라 투자법안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중동문제보다는 미 국내에서 훨씬 민감한 사안인 코로나19 문제와 경제문제, 중국책임론 등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 아프간 철군문제는 이미 철군시한을 발표할 때부터 어느정도 비판이 제기되더라도 끌고가야한다고 각오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고려에서 사실 아프간 등 중동문제는 미국 대중들에게 잊혀질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눈앞에 놓인 코로나19와 경제문제, 중국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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