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악용 과잉의료 심각
"비급여 관리 강화 시급"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저희는 강남 3대 안과 중 하나입니다. 고객님은 병원 제휴할인 혜택을, 설계사님은 소개수수료 부수입을 창출하실 수 있어요."
서울 시내 한 유명 안과가 보험설계사들에게 백내장 수술 고객 소개 명목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불법 영업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액이 상반기에만 1조7000억원을 넘으며 심각한 적자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이면에는 일부 병·의원의 무책임한 불법 영업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소속의 한 보험설계사는 최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 안과로 부터 환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받았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자신을 모 안과의 제휴팀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좋은 병원을 고객께 소개하면 고객들은 30~40% 할인된 금액으로 병원이용이 가능하며 노안, 백내장같은 경우는 실손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설계사께는 수술비용의 5%를 익월 정산해 현금으로 지급해준다”고 했다. 대략 건당 10만~50만원 정도라는 부연 설명도 이어졌다.
백내장 환자를 소개해주면 현금을 주는 이른바 브로커 영업을 유도하는 것으로, 처음부터 수술을 권하지 말고 눈이 침침한 분들에게 부담없이 정밀검사를 받도록 내원을 유도하라는 식의 방법까지 조언했다.
이 설계사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안과"라면서 "병원을 소개해달라는 가입 고객들도 많은데, 괜히 소개해줬다가 나중에 잘못될 수 있어서 병원을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을 악용한 과잉의료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명 의료기관이 설계사를 상대로 불법 영업까지 자행하는 원인이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
실손보험 계약을 보유한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4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조1981억원)보다 17.9%나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생명보험사를 더한 보험업계의 상반기 손실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백내장 수술 비급여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10개 손보사 백내장 관련 지급보험금 규모는 2018년 2490억원에서 2019년 4255억원, 지난해 6374억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481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042억원)보다 무려 58.2% 증가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환자가 곧 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정한 방법으로 환자를 모으고 이득을 취하는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면서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 장치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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