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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영의 데이터 혁신] '마이데이터' 정책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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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 명확히 특정 제일 중요
한국, 엄격한 규제 대상 금융회사
기술적 구현 없다면 무용지물
누출 위험 없이 안전 보장돼야

제도보다 중요한 건 충분한 소통
참여자들 최선의 합의점 찾아
데이터 서비스 강국 이끌어야

[권헌영의 데이터 혁신] '마이데이터' 정책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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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한국인은 손안에서 금융 혁신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휴대폰 앱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고 계좌관리나 자산관리 서비스는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은행들은 지점이나 창구를 통합하고 직원을 줄여가면서 온라인과 데이터 중심 금융으로 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금융분야야말로 데이터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한국 금융 혁신에 불을 지핀 서비스로 뱅크샐러드와 토스를 빼놓을 수가 없다. 토스는 공동인증서, 보안카드, 일회용비밀번호(OTP)가 없어도 송금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발했고, 뱅크샐러드는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에서 출발해 모든 금융사의 금융자산을 통합관리하고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종합서비스로 각광받았다.

이들 혁신적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들이 휴대폰 앱으로 금융소비자를 공략하는 동안 거대 금융회사들은 거액을 투자해 자사앱을 개발하고 출시했지만 늘 한 발짝씩 늦거나 대응이 굼떴다. 새로운 시대의 혁신을 주도하는 게릴라전에 적응이 쉽지 않은 탓이다. 생각을 고객 중심으로 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면 되는데 이 단순한 이치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경계를 둘러 사업을 하고 그에 맞게 높은 장벽의 규제까지 보호막처럼 두르고 있으니 금융 혁신의 게릴라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뱅크샐러드와 토스의 혁신은 결과적으로 금융 분야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모든 금융기관이 계좌통합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데이터 플랫폼기업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이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소비자가 손가락으로 터치만 하면 서비스플랫폼을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편한 인증서 관련 규제도 설 자리를 잃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나타나서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데이터 기술이 발달하고 매일 24시간 접속 상태를 유지하는 시대가 되자 고객이 주인이 되는 진짜 디지털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객 중심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생각은 오래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변화는 공교롭게 나타났다. 2016년 영국 규제당국은 대형은행의 독점적 횡포를 막고 금융 소비자와 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했는데 바로 9개 거대 은행에 고객 데이터 공유와 이전을 명령한 것이다. 규제 당국이 정한 기술 표준에 따라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 신생 기업들이 혁신 서비스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영국발 규제 샌드박스의 시작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고객의 뜻에 따라 고객 데이터가 대형은행으로부터 새로운 사업자에 자동적으로 이전되는 것이다. 말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연동돼 서비스가 구현되도록 표준을 만든 것이다.

한국의 뱅크샐러드가 카드사, 은행, 보험사, 증권사는 물론 통신사, 유통사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얻는데 매번 문서로 주거나 포맷이 다른 파일로 준다면 이 데이터를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데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쓰게 되고 결국에는 혁신 서비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 시대에 고객의 뜻에 따라 고객을 위해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구체적 기술 표준과 서비스 표준을 만들어 시장에서 작동하게 하는 것이 바로 ‘마이데이터’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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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산업은 개인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발전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마이데이터 제도는 개인정보주체의 권리를 실현하면서 데이터산업 혁신을 이룰 묘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보 주체인 고객의 참여를 통해 구체적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한국판 마이데이터 정책의 주요 과제다.


정부에서는 지난 6월 제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발표한 ‘마이데이터발전종합정책’을 기반으로 해 금융, 의료, 통신, 공공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점은 참여자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면 9개 대형은행을 제공의무자로 특정하고 혁신서비스 개발회사를 특정해 고객으로부터 ‘데이터전송요구권’, 즉 마이데이터 권리를 행사하도록 했다. 한국의 금융서비스도 유사한 환경이다. 엄격한 규제 대상인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 환경이 표준화돼 있어서 마이데이터 정책을 구현하기 쉬운 환경도 한몫을 차지한다.


두 번째는 기술적 구현이다. 권리의 추상적 의미는 마이데이터 성공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법률상 열람, 정정, 복제청구권이 있거나 전송 요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공자가 기술적 환경을 구비하지 않거나 쓰기 어려운 형태로 제공하면 그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다. 세 번째는 안전이다. 정보 주체는 현재까지는 믿을 만한 대형회사에 있던 나의 데이터가 신생혁신기업으로 이전될 때 보안 위험이나 누출사고 위험에 충분한 대비가 있어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4개 분야는 모두 제공자가 국가기관이거나 엄격한 공익 또는 허가 사업으로 통제가 되는 사업자다. 앞으로는 분야별로 허용되는 혁신사업자의 요건을 분명하게 하고 해당 분야에 적합한 기술 표준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일이 남아 있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자의 충분한 소통이다. 결국 고객 데이터를 놓고 밀고 당기는 당사자들이 가장 좋은 합의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샐러드와 토스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과 우려를 잘 새겨서 마이데이터 정책이 한국을 고객 중심 데이터서비스 강국으로 이끌어가기를 기대한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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