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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발목 현실로…영화산업 보호 덫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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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에 최악의 시기 극장가…스크린쿼터까지 겹쳐 시름
한국영화 크게 줄어 기준일수 못채워…할리우드 기대작만 줄줄이 대기
감염병 상황 예외 적용 목소리 커져…'극장의 봄'은 언제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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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의 사전적 의미는 스크린 수 할당. 실제적 개념은 일정한 기준에 따른 특정 영화의 의무적 상영이다. 극장에서 자국 영화를 일정 기간 이상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규제한다. 일종의 보호 조치인 셈. 한국영화는 성장을 거듭하며 의존도를 줄여왔다. 2015년부터 줄곧 매출액점유율에서 해외영화를 앞섰다. 2015년 51.3%(약 8797억원)를 시작으로 매년 50% 초반대의 점유율과 9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할리우드 영화들이 숨죽여 68.7%로 치솟았다. 그러나 매출액은 3504억원으로, 전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관객이 뜸해지면서 개봉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대다수는 개봉을 연기하거나 고사했고, 일부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넘어갔다.


가뭄은 올해 더 심해졌다.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유례없는 유인책을 꺼냈을 정도다. 현재 상영 중인 ‘모가디슈’와 ‘싱크홀’은 제작비(홍보마케팅 비용 포함)의 50%가 발생할 때까지 매출 전액이 배급·제작사에 돌아간다. 그러나 올해 한국영화 매출액점유율은 24일까지 32.3%(1029억원)에 불과하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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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들과 달리 여전히 상당수가 개봉을 미룬다. 성수기인 7~9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2019년 개봉한 순제작비 100억원 이상 한국영화는 여덟 편. ‘나랏말싸미(130억원)’와 ‘사자(147억원)’, ‘엑시트(130억원)’, ‘봉오동 전투(190억원)’ 등이다. 지난해는 ‘반도(190억원)’와 ‘강철비2: 정상회담(154억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150억원)’ 세 편에 그쳤다. 올해는 ‘모가디슈(220억원)’와 ‘싱크홀(145억원)’ 외에 추가될 작품이 없다.


범위를 50억원 이상으로 넓혀도 다르지 않다. 2019년은 열한 편, 지난해는 아홉 편이다. 올해는 다음 달 개봉하는 ‘기적’과 ‘보이스’를 포함해도 여섯 편에 불과하다. 한 제작자는 "대다수 영화가 개봉을 미루고 후반 작업을 질질 끈다"라며 "편집 감독들이 컴퓨터에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할 정도"라고 전했다.


영화관의 시름은 말할 나위 없다. 2019년 6363억원(8월 24일 기준)에 달한 한국영화 매출액이 지난해 2736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이마저도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스크린쿼터를 맞추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는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해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간 상영일 수의 5분의 1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기준 일수(73일)를 채우지 못하면 영업이 정지되거나 영화상영관 등록이 취소된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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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극장은 상당수다. 상영업계에 따르면 전체 상영관의 약 30%만 기준 일수(24일 현재 47일)를 충족한다. 멀티플렉스 주요 지점의 경우 CGV 용산아이파크몰은 열여덟 관 가운데 열세 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는 열여덟 관 가운데 열다섯 관, 메가박스 코엑스는 열아홉 관 가운데 열 관이 기준에 못 미친다. 대기업 계열이 아닌 경우도 마찬가지다. 씨네큐 전주영화의거리는 열 관 가운데 다섯 관, 대한극장은 열한 관 가운데 여섯 관, 부산 영화의 전당은 네 관 가운데 세 관이 일수를 채우지 못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전체 지점의 60%가 기준 일수를 맞추지 못했다"라며 "한국영화 개봉이 뜸해져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하반기도 한국영화 개봉 소식은 함흥차사다. 하나같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3~4단계로 격상하면서 스크린에 걸 엄두를 못 낸다. 지난달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비상선언’조차 연내 개봉을 준비하면서도 장고를 거듭한다. 반면 할리우드 기대작들은 12월까지 줄줄이 대기한다. 다음 달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1일)’·‘캔디맨(22일)’를 비롯해 10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13일)’·‘007 노 타임 투 다이’·‘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듄’, 11월 ‘이터널스’, 12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이다.


극장 관계자 A씨는 "지금 흐름대로라면 블록버스터에 최적화된 아이맥스·돌비 등 특수관에서 마블스튜디오 영화를 포기하고 한국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 관계자 B씨는 "4DX 등 특수관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일반 상영관보다 못하다"라며 "애당초 스크린쿼터에서 배제돼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서울극장이 ‘고맙습니다 상영회’로 관객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오는 31일 영업 종료를 앞둔 서울극장은 오늘(11일)부터 3주 동안 평일 하루 100명, 주말 200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이날 서울극장의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서울극장이 ‘고맙습니다 상영회’로 관객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오는 31일 영업 종료를 앞둔 서울극장은 오늘(11일)부터 3주 동안 평일 하루 100명, 주말 200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이날 서울극장의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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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제도다. 정부는 1962년 영화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외국영화에 입장세를 115%까지 부과하며 국내 영화산업을 보호했다. 외화수입 쿼터 강화·가격 상한선 제한, 외국인의 국내 영화업 제한 등 조치도 취했다. 수입과 배급의 문을 활짝 연 1980년대에도 상영에 대한 규제를 남겨 시장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많은 배급·제작자들도 스크린쿼터 예외 적용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상영업계의 몰락이 영화산업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유예, 예외 적용 등 한시적 조처에 대한 논의는 아직 첫발도 못 뗐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극장들의 어려운 상황에 공감한다"면서도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각계 의견 수렴을 통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차일피일 잡아먹는 시간에도 극장의 적자는 쌓여간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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