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건강 데이터 수집해 헬스케어 확장
IoT 맞물려 건강관리 개발 치열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문 활짝
"정보 수집 횡포" 반발 해소해야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일본 니혼생명은 2018년 일본생명병원, 의료기기업체 오므론 등과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이 프로그램 참여자 1000여명 가운데 99.1%의 평균 혈당수치가 개선되는 결과가 나오자 니혼생명은 같은 해 7월 당뇨예방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3개월 간 약 7만엔을 내면 병원이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24시간 혈당 모니터링 기기와 활동량 측정 기기, 간이혈액검사를 제공한다. 보건지도사가 혈당 추이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생활습관도 지도한다. 니혼생명은 2년 내 당뇨예방 서비스 이용자 1만명을 확보하고, 향후 고혈압 등으로 대상 질병을 넓혀 1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하나손해보험은 보험가입자의 건강 등급별로 보험료를 산출해 건강이 양호한 고객에게는 40%의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을 개발했다. 건강등급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GHC(그레이드헬스체인)과 협업으로, 건강검진 결과와 의료이용기록을 토대로 건강등급 산출이 가능하다. 건강등급이 1~4등급인 경우 최대 40%까지 보험료를 할인한 건강그레이드형을 가입할 수 있으며, 5~9등급인 경우 심사를 통해 표준체상품으로 가입 가능하다. 5년마다 건강등급을 재산정해 등급이 개선되면 추가로 보험료 할인을 제공한다.
‘보험사들이 내 걸음을 추적한다.’ 건강관리(헬스케어) 서비스가 미래 성장 분야로 떠오르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보험업계가 건강 데이터 수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걸음 수를 측정하거나 헬스트레이너처럼 운동을 알려주는 단계를 넘어 생활습관부터 의료이용기록까지 모아서 보험과 헬스케어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다.
◆생활 바꾼 데이터, 보험의 진화=대표적인 예로는 삼성생명의 S-워킹이나 삼성화재의 애니핏 등을 꼽을 수 있다. 걸음수 측정에 따라 포인트나 상품권을 제공한다. 신한라이프는 인공지능(AI) 모션인식 기술 기반의 홈트레이닝 서비스 ‘하우핏’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고객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 활용하려는 보험사의 노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IoT 기반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과 맞물리면서 보다 면밀한 위험 분석과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자 하는 보험사 관심이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체활동, 영양, 수면 등과 건강의 관계를 분석한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 사망위험을 효과적으로 세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통해 질병 발생 등 위험 관리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공공 영역의 의료데이터 활용 길도 열리면서 보험업계의 데이터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지난 7월 보험사 6곳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획득한 데 이어, 최근에는 보험업계에서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 이용을 요청했다.
심평원에 이어 건보공단의 데이터 활용까지 가능해지면 한국인에 적합하도록 더욱 정교한 상품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질병의 발생부터 치료 경과를 담은 데이터는 물론 전 국민의 건강검진 데이터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나이 등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보험료 산출이 가능해져 소비자 편익도 늘어난다.
◆의료계 반발·공짜 서비스 인식 한계=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보험사의 데이터 수집이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는 내놓고 있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질환에 대해 보험 가입을 권하고 가능성이 높은 질환은 가입을 거절하는 식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보험사들이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공기관이 제공하지 못하는 혁신적인 건강 서비스를 공급, 사적 수익 추구라는 오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도 바꿔야 하는 과제다. 보험사의 부수 서비스로 자리잡으면서 비용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인식도 헬스케어 발전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보험사가 공공데이터 활용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민간 보험이 국민에게 주는 편익이 없다는 편견과 공공의료데이터가 보험사 수익만을 위해 악용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라며 "보험사는 공익성을 높여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한국서 집 산 외국인 1위는 중국인…가장 많이 산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