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점포당 직원수 17.8명 4년 연속↑
통폐합 영향으로 점포당 인원은 오히려 늘어
빅테크와 경쟁 위한 '디지털 다이어트' 속도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송승섭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출연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의 점포당 인력이 4년 전보다 2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대형정보통신기업)·핀테크(금융+기술)의 거센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점포 및 인력 구조조정에도 불구,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매년 막대한 희망퇴직 비용을 들여가면서 금융 디지털화와 선순환을 위한 비정상적인 인력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는 은행권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라진 점포 직원들은 다 어디로?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특수은행 포함) 점포 수는 6558개로 지난해(6827개)보다 269개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임직원수는 11만9040명에서 11만6786명으로 2254명이 감소했다.
은행들이 점포 및 인력 축소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포를 찾는 금융소비자가 크게 줄어든 데다 영업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빅테크와의 경쟁을 위해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점포당 연간 십수억원씩 소요되는 고정비용은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대적인 몸집 다이어트에도 불구, 점포당 직원 수는 늘었다. 2018년 15.7명에서 올해 1분기 17.8명으로 증가한 것. 점포당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얘기다. 영업점당 임직원수는 4년 연속 증가추세다.
은행권에서는 영업점 통·폐합 등의 영향으로 임직원 수가 점포 수만큼은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점포가 폐업을 하면 근무하던 인원만큼이 그만 두는 것이 아니다"라며 "폐점 인원은 근처 가까운 점포로 통합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점포 축소는 통·폐합이 용이한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말과 올해 3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국 지역별 점포수는 16.18% 줄었다. 대전이 -27.19%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20%) 부산(-19.62%) 서울(-19.59%)순이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의 점포 및 인력 축소는 경쟁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기업은 수익이 가장 중요한 데 고정비와 임대료가 막대한 상황에서 비대면 금융으로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며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지점 없이도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니 시중은행도 일종의 점포 구조조정을 가속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포 축소로 2500억원 아끼고 희망퇴직엔 1조원 쏟아부어
은행들은 적자점포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흑자 점포에 인력을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대도시 점포 한 곳을 운영하는 데 드는 인건비와 임대표 등 비용은 평균 12억~17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점당 2000억원 규모의 여·수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적자 점포는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출도 받는 시대가 도래한만큼 디지털화 전환을 구축해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 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맹공을 퍼붓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직원 1인당 평균충당금적립전이익(충전이익)을 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나타내는 충전이익은 은행이 거둔 총 영업이익에서 판매와 관리비를 제외한 금액을 국내 직원 평균값으로 나눈 값이다. 충당금이나 자산규모 변동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개별 은행의 영업 경쟁력을 보여 주는 지표다.
5대 은행은 올 1분기 1인당 평균 충전이익 5860만원을 기록했다. 1인당 충전 이익이 가장 큰 곳은 KB국민은행으로 6200만원이다. 시중은행 1위지만 카카오뱅크에 비해 1300만원이 낮은 것이다. 가장 낮은 곳은 카카오뱅크와 최대 2000만원이 차이가 났다. 5대 은행이 모두 생산성 지표에서 ‘영업점 1곳’인 카카오뱅크에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 정리와 인원 감축 등이 필요하지만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시중은행이 점포 정리를 통해 줄인 금액은 대략 25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반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에서는 희망퇴직으로 퇴직금만 1조341억원을 지출했다. 전년(9346억원)대비 10.6%가 증가한 수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점포 축소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취약계층이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은행이 수익성을 쫓는 것을 이해하지만 점포 축소과정에 취약계층이 피해와 불편함을 겪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은행도 공공성에 대한 책무가 있는데 지금 점포가 줄어드는 속도는 너무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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