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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무엇을 위한 대북 경제지원인가?

최종수정 2021.08.10 11:17 기사입력 2021.08.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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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준 전 외교부 차관보, 북핵대사


북한 경제난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대북 경제 지원을 위한 정부의 막바지 안간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로 모든 대북 원조가 불법화된 상황에서 합법적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김영삼 정부가 1995년 대북 식량 원조를 개시한 이래 2017년 유엔 제재조치로 대북 지원이 금지될 때까지 한국 정부는 20여년간 각종 지원사업을 벌였다. 2017년까지 대북 송금과 현물 제공 형식으로 북한에 지불한 돈은 100억달러(약 11조4600억원)가 넘는다.


한국의 대북한 송금과 현물 지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68억2000만달러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 돈으로 중국식, 베트남식 경제발전을 시작해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는 역설적으로 그 시기에 가장 집중적으로 악화됐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북한은 한국을 겨냥한 스커드미사일 600기와 노동미사일 200기를 제조해 실전배치했다. 최소 수억 달러가 소요된 장거리미사일 개발과 최초 핵실험도 그 시기에 이루어졌다.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야기된 두 차례 연평해전도 모두 그 시기에 발생했다. 그것이 우리의 경제 지원에 대한 북한의 화답이었다.

분단국 시절 서독 정부도 동독에 상당 규모의 경제 지원을 제공했다. 동서 진영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71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대동독 퍼주기’라는 비난 속에서 대동독 경제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서독 정부는 한국과 대조적으로 대동독 지원에 철저한 상호주의를 적용했다. "조건 없는 원조는 없다"는 원칙에 따라 대동독 경협 건별로 동독 주민의 서독 방송 청취 허용, 동독인의 서독 방문 확대, 인권 및 사법제도 개선, 정치범 해외망명 허용 등 구체적 조건을 제시했고, 그 이행을 원조 제공과 철저히 연계했다.


서독은 1990년 독일 통일 때까지 19년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주로 약 50억마르크(20억달러)를 동독에 지원했는데, 그 반대급부로 받아낸 동독의 개혁개방 조치는 엄청났다. 통일 될 때까지 매년 동독 주민 100만명과 서독 주민 100만명 이상이 각각 상대지역을 방문했고, 약 25만명의 동독 주민이 정부 허가를 받아 서독으로 이주했다.


서독 정부의 집요한 요구로 모든 동독 주민이 서독 방송을 자유롭게 청취할 수 있었고, 서독 정부가 몸값을 지불하고 인수한 동독 정치범과 그 가족이 3만3755명에 달했다. 이러한 서독의 상호주의적 교류협력은 동독 체제를 변화시켰고 1990년 동서독 통일의 불가결한 토대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통큰 대북 경제 지원을 목적으로 유엔 대북제재 완화, 철도·도로 건설, 전력 지원, 식량 원조, 비료 원조,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다양한 구상이 추진됐다. 이들은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군사적 대북 협상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제안도 북한의 비핵화, 개혁개방,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인권 개선, 대남 적대행위 중단 등 북한의 긍정적 변화가 조건으로 부가된 적은 없었다.


런 무조건적 지원이 북한의 핵무력과 군비 증강을 가속화해 한반도 평화를 오히려 악화시키리라는 우려는 아예 무시됐다. 유엔 제재와 미국 세컨더리 보이콧의 견고한 장벽 앞에 그 모든 시도가 무산되긴 했지만 정부는 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도 대북 원조에 집착하는 것인지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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