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능선 넘은 구글 갑질 방지법
'수수료 30% 강제 인앱결제 막자'
공정위선 기존 일반법과의 '중복 규제' 우려
방통위 측 "양면시장인 앱마켓 특수성 고려해야"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수수료 30%' 구글 인앱결제(앱 마켓사업자 자체 개발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방식) 강제 정책을 막자."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8부 능선을 넘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입법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5일 '인앱결제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관련 온라인 스터디를 진행했다. 지난달 20일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통합대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안건 상정을 앞두고 야당 측 의견 수렴 등 숙려기간을 거치는 과정에서 공정위 측 문제 제기가 지속됐다. 이에 방통위가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정부 부처의 앱 마켓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하고 ▲통신분쟁조정 조정대상을 추가하며 ▲앱 마켓사업자의 금지행위 유형을 신설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 중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일반 규제법과의 '중복 규제' 우려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다른 앱마켓에 모바일콘텐츠 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제10호)' '그밖에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제13호)'를 중복 규제 항목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앱마켓, A-B-C 다양한 관계 존재하는 양면시장"
방통위 측은 앱마켓 시장의 특수성에 주목해 규제 역시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철 방송지원정책과장(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입법 과정에는 부가통신 역무 중 하나인 앱마켓의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며 "앱 마켓은 부가통신역무 중에서도 이용 사업자와 최종 이용자를 연결해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가 거래·유통되는 특별한 시장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진 과장은 "앱마켓은 일반적인 선형적 시장이 아닌 양면시장적 성격을 가진다"며 "개정안은 이처럼 특별한 시장영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공정위)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CT업계 발전에 따른 서비스 모델의 급변, 사업자의 잦은 시장 진입과 퇴출 등 역시 앱마켓 생태계의 고유한 특징이다. 콘텐츠사업자와 이용자 입장에서 일부는 방통위가, 다른 일부는 공정위가 분리해 담당할 경우 집행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법 집행 효율도 낮아질 수 있다.
"금융 공정거래 문제는 금융위가 담당"
특정 산업 내 중복 규제 문제에 있어 특별법이 일반 규제법에 앞선다는 주장도 펼쳤다. 일례로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금융 분야 공정 거래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콘텐츠산업발전법' 제 5조에 따라 콘텐츠 산업의 공정경쟁 환경조성에 관한 사항을 문체부 소관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과 표준계약서 등 공정경쟁 내용을 포함한다. 전기위원회 역시 전기통신사업법 제53~60조에 의거해 전기사업등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전기사용자 권익보호 사항을 담당한다. 진성철 과장은 "산업당국이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선 규제하고 이를 적용하지 못할 경우 일반법으로 공정위가 개입,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짚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상 중복규제 방지조항도 존재한다.
과거 방통위와 공정위가 법이 아닌 부처 간 대화와 협업을 통해 규제 권한에서 비롯된 갈등을 풀어낸 사례도 있다. 방통위는 중복규제 방지를 위해 2008년 공정위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진성철 과장은 "2018년 국정감사 때 지적된 네이버 부동산 우수활동 제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이미 조사에 착수한 상태였다"며 "이를 반영해 방통위가 나머지 건을 조사해 역할을 서로 분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앱결제란
인앱결제는 앱 내에서 유료 콘텐츠 결제 시 구글(플레이스토어), 애플(앱스토어) 등 앱 마켓사업자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작년 9월 구글이 게임 앱에만 적용해 왔던 인앱결제를 올해 10월 모든 앱과 콘텐츠로 확대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파장이 일었다. 특히 수수료율이 30%로, 업계에선 디지털 콘텐츠 분야 수수료가 최대 1568억원(54.5%) 증가할 것이란 설문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반발에 구글이 일부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4월부터 인앱결제 적용을 늦추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신청 개발사만 미뤄준다는 건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라는 빈축만 샀다.
한편, 방통위는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붙은 명칭으로 인한 미국 등과의 외교 통상 마찰 우려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주한 미국 대사관 등을 통해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규제 적용 대상과 방식에 국적에 따른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을 두지 않아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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