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 '중년 고시'는 옛말···2030도 몰려들어
회사원 "직장 다녀도 고용 불안 느낀다"
전문가 "자격증 열풍, 미래 불안감 등 영향…지나친 스펙 경쟁 자제해야"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직장인 신모(28)씨는 지난달부터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부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작했다"면서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공부하는 데 있어 시간적으로 그나마 여유로워졌다. 인터넷 강의 등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게 힘들어 '시험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로 젊은층의 취업문이 좁아진 데 이어 직장인들 또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전문직 시험 등을 준비한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온라인 강의를 듣는 등 시험 합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는 고용 불안정 등 다양한 요인이 자격증 열풍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대학생 송모(25)씨는 지난 3월부터 공인중개사 시험을 독학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굳이 학교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이때를 잘 이용해서 자격증을 따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원래 꿈은 광고인이었지만, 취업하기 힘들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일종의 '보험'"이라고 전했다.
당초 공인중개사 시험은 '중년 고시'라 불릴 만큼 중장년층 응시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역대 최대인 34만 3074명이 접수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10만 7852명(31.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9만 7895명(28.5%) ▲50대 7만 7692명(22.6%) ▲20대 3만 8227명(11.1%) 순이었다. 2030세대 응시자만 따지면 약 40% 가까이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회복지사 1급, 세무사 등의 시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27)씨도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취업난을 뚫고 입사했는데 내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달랐다. 월급도 적게 주는데 처우가 좋지 않아서 원래는 이직을 결심했었다"며 "그런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이직 시장도 전쟁이 됐다. 시험만 합격하면 바로 퇴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층 사이에서의 자격증 열풍은 관련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7월 직장인과 구직자 923명을 대상으로 전문자격 취득 준비 현황 및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9%가 '지금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공부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도 37%였다.
특히 직장인들은 ▲노후 대비 (52.3%) ▲인간관계, 복지, 연봉 등 현 직장에 대한 불만(44.3%) ▲직장 고용불안(36.4%) 등으로 인해 전문자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전문가는 젊은층 사이에서의 '자격증 열풍'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층이 자격증을 공부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불안정한 고용 문제 등의 영향이 크다"면서 "또 취업했더라도 현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다 보니 월급이나 복지 등 조건이 좋으면 이직하려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직할 때 도움 되는 것들을 가능하면 미리 해두려는 이들이 많다"며 "굳이 이직이 아니더라도 투잡을 위해, 또 자기 성장을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미리 스펙을 쌓아두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스펙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미래에 지나친 불안감을 느껴 스펙경쟁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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