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빠만 재산 물려받나" vs "나혼자 부모님 모셨잖아"

수도권 아파트값은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이 0.36% 올라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안양시 동안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이하 사진=연합뉴스>
아파트값 폭등과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적 과세 등의 영향으로 최근 몇년간 아파트 증여가 급증한 가운데 상속재산을 둘러싼 다툼도 나란히 늘어나고 있다.
◆"왜 오빠만 강남아파트 물려주고…" 집값폭등에 자극받는 유산다툼
재산상속 과정에서 정당한 몫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다.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5년 전 시가 10억원 아파트를 혼자 증여받았다. 최근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여동생 B씨는 A씨에게 "상속받아야 할 내 몫도 돌려달라"며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유류분(遺留分)'이란 상속재산 중에서 직계비속(자녀·손자녀)·배우자·직계존속(부모·조부모)·형제자매 등 상속인 중 일정한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법적으로 정해진 몫을 말한다. 현행 민법은 부모의 상속재산에서 배우자, 자식 등 상속인들이 각각 일정 몫을 가질 수 있도록 유류분을 인정하고 있다. 법이 정한 상속지분은 배우자와 자녀가 '1.5대 1' 비율이고 자녀끼리는 1대 1로 장남, 차남이나 아들, 딸 구별 없이 같다.
위 사례처럼 부모가 한 명의 자식에게 전 재산을 다 물려주고 떠난다 해도 재산을 받지 못한 자식이 소송을 내면 상속지분 절반에 해당하는 몫을 돌려받을 수 있다. 즉 B씨는 아파트의 지분에 대해 2분의 1을 상속받을 수 있는데,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으므로 아파트의 4분의1인 2억5000만원의 상속을 을 요구할 수 있다.
◆"어렵게 살며 부모님 홀로 모셨는데…" 공평배분이 억울한 경우
반대로, 다툼은 상속 재산이 모든 형제들에게 완전히 똑같이 배분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여러 형제 중에 한 사람이 부모님을 혼자 부양하며 어렵게 살았는데, 부모님이 재산을 모든 형제들에게 똑같이 나누어준 경우다. 이러한 때에는 기여분 제도를 이용해 부모님을 부양하는 데 기여한 바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기여분 제도란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나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다면 상속분을 산정할 때 그 기여분을 가산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 첫째 주(0.1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원본보기 아이콘◆ "나 죽고나서 자식들이 돈 갖고 싸울까 두려워요" 법적다툼 예방하려면
상속 재산을 둘러싼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보니, 자녀들간 법적 다툼을 우려하는 증여자들도 있다.
"두 명의 아들을 둔 어머니입니다. 남편은 이미 세상에 없고 저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억원 짜리 집 두 채가 있는데, 큰 아들 형편이 어려워 더 많이 재산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내가 죽고 나서 자식들이 재산을 놓고 싸우게 될까 두렵습니다. 법적으로 문제 안 되게 나누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증여자가 생전에 법적으로 모든 자녀의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보유재산의 절반만 증여하는 방법과 ▲유류분 만큼만 증여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방법이든 자녀들이 원래 받아야 하는 상속재산의 절반을 보호해 주는 것이 관건이다.
유류분에 의해 보장된 상속금액은 원래 받아야 하는 상속금액의 절반이다. 자녀가 두 명인데 1억짜리 집이 두 채인 경우 총 재산은 2억이므로, 원래 받는 상속재산은 각각 1억 원씩이다. 유류분은 이것의 절반이므로 한 명당 최소 5000만원은 상속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 변호사는 "생전증여를 할 때 특정 자녀의 유류분을 지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 간 법정 소송을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며 "모든 자녀의 유류분을 지켜주는 한도 내에서 재산을 상속하면 가정의 안녕이 지켜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증여 3배 증가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문재인 정부 들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국민의힘)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5%에서 지난해 14.2%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직전 정부 때인 2011∼2016년 증여 비중은 평균 4.5% 수준이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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