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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칸에서 만난 송강호·한재림 감독 "14년전 약속 이뤘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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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 영화제 현지 취재
송강호·한재림 단독 인터뷰

송강호 한재림감독/사진=쇼박스

송강호 한재림감독/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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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칸에서 만난 심사위원 송강호는 “한국영화를 향한 전 세계 영화인의 신뢰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현지에서 만난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고된 일정으로 반쪽이 된 얼굴이었지만, 밝은 표정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온 몸을 타고 여유가 흘렀다.


송강호는 지난 16일 오후 10시 15분(현지시각)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 ‘비상선언’ 프리미어 상영 전 레드카펫에 올랐다. 한재림 감독은 생애 처음으로 칸을 찾았다.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 등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신뢰를 얻었지만, 칸의 초청을 받은 건 처음이다.

칸 영화제의 공식 데이 마지막 밤, 배우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 한재림 감독이 나란히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레드카펫에 오르는 모습이 뤼미에르 극장 모니터에 비치자 객석은 술렁였다. 송강호는 처음으로 자신의 영화를 뤼미에르 극장에서 선보이게 된 감독 한재림을 살뜰히 챙겼다. 극장 입구로 향하는 내내 곁에서 따뜻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격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묵묵히 한편에 서서 그에게 영광을 몰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별한 순간이었다. 송강호는 한재림과 함께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르는 감회가 남달랐다. 두 사람에게는 함께 턱시도를 빼입고 '비상선언'으로 칸 행 초청장을 받은 이벤트가 남다르다고 했다.


송강호와 한재림 감독은 제74회 칸 영화제가 열리던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비상선언’으로 칸을 찾은 소감과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영화라는 같은 꿈을 품은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이어온 연대가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이날 송강호는 “칸 현지에서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신뢰감이 느껴진다”며 “‘비상선언’를 향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한국 영화를 향한 신뢰감도 있지만 이병헌 씨, 전도연 씨를 비롯한 훌륭한 배우들이 나오니 더 보러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재림 감독님이 칸에서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데, 더욱 유명해지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칸으로부터 처음 초대된 한재림 감독은 "깜짝 선물을 받았다. 영화감독이라면 자기 영화를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하는 꿈을 꾼다. 나도 꿈꿨지만 기대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 초청돼 감사하다"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모두 칸의 초청을 받은 배우 덕분이라고 본다.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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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과거 칸 영화제에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는 “‘밀양’(2007)로 칸 영화제에 왔을 때, 프로그래머 한 분이 제게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2007)도 강력한 후보였는데 최종 심사에서 제외됐다는 말을 해주셨다. 한 감독의 작품을 첫 작품부터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귀국 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 감독한테 바로 전화를 걸어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칸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감독님이니 알고 계셔라’ 라고 말을 한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로부터 전화를 받은 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감독은 “그 프로그래머가 ‘연애의 목적’(2005)을 보고 ‘왜 칸 영화제에 출품 안 했냐’고 물으시며 개인적으로 하는 영화제에 초청했다”며 “당시 '우아한 세계'는 흥행면에서 아쉬웠는데, 칸에서 돌아온 송강호의 전화를 받고 엄청나게 힘을 얻었다. 저를 격려하시며 흥행은 안 됐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계속하라는 말을 해줬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났다. 그 사이 송강호와 한재림 감독은 ‘관상’(2013)으로 913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고,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비상선언’으로 칸에 입성했다. 둘의 약속이 이뤄진 것이다. 한재림 감독은 “칸 초청 소식을 듣고 송강호와 제일 먼저 통화했다. 선배가 정말 좋아하시더라. 축하한다고 말해주셨다”며 “당시에는 올해 심사위원을 맡으신 지 전혀 몰랐다”고 떠올렸다.


한 감독은 “이후 조촐하게 만나 뵙고 약주 한잔 기울이며 ‘든든하다’고 말씀드렸다. 워낙 칸 영화제에 많이 가셨으니 얼마나 익숙하시겠나. 처음 칸에 온 저를 송강호가 잘 챙겨주시고 사람들도 많이 소개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송강호와 한재림 감독은 가끔 함께 술잔을 부딪치며 인생 이야기도 나눈다고 했다. 한 감독은 “제가 입봉하고 영화 다섯 편을 했는데 세 작품을 송강호와 함께했다. 저한테 영화적으로 영향력을 가장 많이 준 배우”라며 “‘비상선언’을 통해 이병헌, 전도연한테도 많이 배웠지만, 송강호한테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등 많이 배웠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도 해주신다면, 당연히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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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한 작품에 모으기 엄청난 주연의 무게를 지닌 충무로 대표 배우 3인을 한 작품에 모았다. 크랭크인 소식이 전해지자 ‘캐스팅만 봐도 천만’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화려한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한재림 감독은 “10년 전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관상’을 연출하느라 바로 준비를 못했다. 제가 비행공포증이 심해서 그런지 계속 ‘비상선언’이 생각나더라. 몇 년 전에 제작사와 공동제작을 맺고 준비했다. 캐스팅하고 촬영에 들어가려는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번졌다”라고 전했다.


그는 “원작만 있고 시나리오를 쓰기 전, 송강호한테 이런 소재가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더니 마침 어떤 기간에 스케줄이 빈다고 하셔서 ‘시나리오를 한 달 동안 써보겠다’고 한 후 보여드렸다. 송강호가 아니면 이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 만에 벌어지는 일이고 절실해야 하고. 그런 부분에서 송강호가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봤다”며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비상선언’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재림 감독은 “재혁에 꼭 이병헌이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드렸는데 운 좋게 하신다고 하셨다. 그러고 나니 용기를 한번 내보자는 마음에 전도연한테 시나리오를 드렸다”며 “‘부부의 세계’를 보고 박해준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전형적이지 않고 독특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좋아서 꼭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의문의 승객으로 분한 임시완의 캐스팅에 관해서는 “임시완의 눈빛이 좋았다. 영화에 꼭 그런 눈빛이 필요했다. 내 의도가 그를 통해 정확히 드러날 거 같았다. 알 수 없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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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재림 감독은 칸 영화제 현지에서 전 세계 기자들에게 배포된 ‘비상선언’ 글로벌 보도자료에 영문 디렉터스 레터를 통해 “2020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기간동안 촬영을 진행했고, 올여름 칸에서 프리미어를 갖게 되었다”고 소개하며 '비상선언'은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과 맞닿은 스포일러가 담겨있다. 우리는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 스토리에 대한 재미와 몰입도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드 프리미엄에서 영화를 보시는 모든 분이 줄거리나 클라이맥스, 엔딩에 대한 중요한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말아 주기를 감히 부탁하고 싶다”며 스포일러 자제 당부한 바 있다.


한재림 감독은 “‘비상선언’은 재난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가 가진 수많은 재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과 반성,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비상선언’에 관해 송강호는 “재난이 벌어진 후, 우리 이웃과 가족에 관한 소중한 가치, 사람과 사회에 대한 귀중한 가치를 영화를 통해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칸(프랑스)=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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