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일반인들이 우주 관광을 즐기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인들도 우주 여행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한국인으로 우주를 처음 여행한 사람은 2008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소속 이소연 박사였다. 이 박사는 그해 4월8일 러시아 소유즈 발사체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해 10일 동안 머물면서 각종 우주실험을 진행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자 세계 49번째 여성 우주인이 됐다. 한국은 36번째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가 됐다.
이 박사는 2006년 12월25일 우주인 후보로 최종 선발됐다. 당시 정부는 선발 과정을 방송사와 함께 생중계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우주 열풍’이 불었다. 2006년 진행된 선발 과정에 무려 3만6204명이 지원한 것이다. 체력 테스트를 위한 3.5㎞ 달리기를 시작으로 8개월간 진행된 선발 과정은 종합상식에서 언어, 사회, 우주 적응력까지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뽑기 위한 절차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박사와 고산씨 등 2명이 우주인 후보로 뽑혔고, 다음 해 3월부터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 입소해 1년간 고된 훈련을 받은 끝에 한국인으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를 여행한 영광을 안게 됐다. 원래 동료 고씨가 우주인으로 선정됐지만 정식 비행 한 달을 앞두고 보안 규정 위반으로 탈락하는 바람에 이 박사가 행운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 박사의 우주 여행은 두고 두고 후과를 낳았다. 이 박사와 고산씨를 우주인으로 훈련시키고 우주로 보내는 데 들어간 돈은 260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정작 이 박사는 우주인이 된 지 몇 년 뒤인 2012년 훌쩍 미국으로 떠나 전공과 거리가 있는 MBA 과정에 입학했다. 다음 해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해 현재도 미국에서 거주 중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박사는 한국 우주 개발의 아이콘으로서 한국의 우주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앞장서 있어야 했다. 무려 260억원을 들여 키운 우주인이 자리를 떠났고 덩달아 유인우주기술의 노하우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한편 2024년 실행될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우주인 후보에 한국계 미국인인 조니 킴씨가 포함돼 한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2017년 1만8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NASA의 우주비행사로 뽑혔다. 지난해 말 NASA가 발표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우주인 최종 후보 18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킴씨는 미국에서 대표적 소수자인 아시안 이민 가정 출신인 데다 학대를 일삼던 아버지가 총기를 난사하던 중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가슴 아픈 가정사를 겪었다. 이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입대해 은성 무공훈장을 받는 전공을 세운 후 하버드 의대에 진학해 외과의사가 됐고, 결국 최고의 스펙이 필요하다는 NASA의 우주비행사가 됐다. 아시아계라는 한계와 가정폭력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것이다. 킴씨는 증오범죄 급증으로 침체에 빠진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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