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납품 렌즈테크놀로지, 위구르족 400여명 계약중단
국제사회 압박 속 시장 퇴출 우려 반영된듯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미국이 신장 위구르족 강제노역 문제와 관련해 신장 지역과 연관된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를 강화하자 위구르족의 노동력 사용을 중단하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이 같이 전하며 중국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에서 이탈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에 대해 집단으로 직업 훈련을 시킨 뒤 중국 내 각 지역의 공장으로 대량 이동시켜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 내 빈곤 퇴치를 명목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선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위구르인을 고용할 경우 안정적인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 보조금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 '취업 프로그램'의 실상이 위구르족을 거주지에서 사실상 쫓아내는 강제 노동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애플에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는 중국 업체 렌즈 테크놀로지가 위구르족 고용을 중단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현직 관계자와 공장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했던 노동자 2200여 명을 단계적으로 삭감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 계약을 해지한 노동자만 400여 명에 달한다.
회사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근로자에게 1인당 1500달러(약 170만원)에서 2900달러(약 330만원)가량의 위약금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안에 위구르인을 신규 채용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애플은 자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의 노동자 인권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100번이 넘는 조사와 5만7000여명의 근로자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위생 마스크를 판매하는 허베이 하이신 그룹도 신장 출신 노동자들의 고용을 중단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업은 지난해 9월 신장 출신 노동자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이키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태광실업의 중국 공장도 지난해 2분기에 위구르족 노동자들을 신장으로 돌려보냈다.
이들 기업이 위구르인 취업 프로그램에서 얻는 보조금 혜택에도 불구하고 위구르인 고용을 중단한 것은 자칫 국제 사회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최근 국제 사회는 위구르족 강제 노역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신장 지역과 연관된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방 기업들은 최근 중국 내 공급망 점검을 실시 중이며 일부 기업들은 별도의 조사단을 꾸려 자사 공급망에 위구르족 강제 노역 문제가 개입됐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상원은 지난 주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물품의 수입은 모두 차단되고 강제노동에 따른 생산품이 아니라는 입증의 책임은 수입업체가 떠안게 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신장 지역 내 생산품에 강제 노역 문제가 개입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 기업들은 신장 지역과 연관된 기업 모두와 협력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중국 기업이 위구르족 노동력을 사용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취업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얻은 위구르족 노동자까지 해고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선임 중국연구원인 마야 웡은 "중국 기업들은 스캔들을 피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구르족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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