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전기 이륜차 시범도입 초읽기
친환경·저소음 등 장점 다수
안전사고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최근 2년간 오토바이 사고 2만건 이상
전문가 "전기 오토바이, ESG 경영에 모범"
"안전문제 등 기업이 대책 마련할 필요 있어"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가 이달 내 전기 오토바이를 시범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전기 오토바이 배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는 기존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배기음이 나지 않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기 오토바이의 성능 미흡·저소음 때문에 오히려 안전사고가 늘 가능성이 있다며 지적한다. 전문가는 전기 오토바이 도입이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쿠팡이츠는 서울 서초 강남 지역에 전기 오토바이 20여대를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전기 오토바이는 쿠팡이츠의 직고용 라이더인 '이츠친구'를 중심으로 우선 보급되며, 운영 결과에 따라 전국 확대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신세계 쓱(SSG)닷컴, 쿠팡 등 유통 기업들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륜차를 이용한 배달업체 가운데 전기 스쿠터나 오토바이 등 친환경 차량을 도입한 업체는 현재까지 없었다. 만일 쿠팡이츠가 전기 오토바이 도입을 공식화하면, 국내 최초 친환경 이륜차를 도입한 배달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이번 결정이 국내 배달 플랫폼 운송수단 '대전환'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ESG 경영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뿐더러, 전기 이륜차는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비해 소음이 적어 심야 배달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기 이륜차의 성능 한계를 고려하면 전국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용 오토바이는 적재 중량, 주행 거리, 주행 속도 등 운송수단의 성능이 중요한데, 전기 오토바이는 내연기관 이륜차에 비해 출력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이렇다 보니 배달을 하다가 도중에 멈추는 등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며,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배기음 없는 '조용한 주행'도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골목이나 샛길에서 전기 오토바이가 튀어나올 경우, 소리를 듣고 미리 인지하지 못한 보행자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배달 서비스의 활성화로 인해 이륜차 사고는 지속해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이륜차 사고는 지난 2019년 2만898건에서 지난해 2만1235건으로 늘어 2년 연속 2만건이상을 기록했다.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498명에서 525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자동차 사고는 20만8702건에서 18만8419건으로 줄었고, 사망자 수도 2851명에서 2556명으로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 오토바이 배달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평소 배달 앱을 통해 식사를 해결한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늦은 시간에 야식을 시키면 오토바이 소리에 주변이 시끄러운데 전기 오토바이를 쓰면 훨씬 조용하지 않겠나"라며 "주변에 민폐도 끼치지 않고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B(29) 씨는 "최근 배달 서비스가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폭증하는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던데, 이런 식으로 한 걸음씩 친환경 추세에 발맞춰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호평했다.
반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부 C(58) 씨는 "안 그래도 오토바이 사고가 자주 일어나서 불안한데, 소리도 없는 전기 오토바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라며 "안전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는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친환경 운송수단 도입은 ESG 경영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만큼 관련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연기관 이륜차의 배기가스와 배기음 때문에 환경 및 소음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데, 배달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운송수단의 전기화에 투자한다면 주거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ESG 경영'에도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화로 인한 혜택이 크다고 해서 라이더 직원들이나 보행자의 안전을 해칠 수는 없다"며 "기업 측에서 전기 오토바이 환경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의무 교육을 시키는 등, 안전 대책을 최대한 강구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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