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취임 100일, 오세훈표 공약 이행 위한 포석은 깔았지만…역대급 확진자 급증에, 코로나 방역 비상
속도 낸 '서울형 상생방역', '자가검사키트 도입' 도마에 올라…정부여당 비난한 정무부시장 입장문은 구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10년만에 서울시장으로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지 100일을 맞았다. ‘첫날부터 능숙하게' 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오 시장은 1년여에 불과한 임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쟁은 자제하면서 성과 중심의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에서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00~600명을 오가는 등 급증 추세를 보이면서 중앙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오세훈표 시정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이 100일 동안 ‘서울형 상생방역’, ‘자가검사키트 도입’,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1인가구 지원’ 등에 주력해 왔다. 서울 시민의 최대 이슈였던 ‘부동산 문제’는 ‘신속하지만 신중하게’라는 기조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공급문제 해결을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에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은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오 시장은 취임 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첫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일벌백계 원칙을 발표하고 지난 4월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등의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일괄 지정했다. 이어 5월에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를 포함해 건축 공공기획 방안 도입 검토,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등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선거 공약이었던 안심소득과 1인가구 지원 종합대책을 수립하고자 별도의 조직도 꾸렸다. 안심소득은 ‘하후상박’ 복지모델로 기본소득과 궤를 달리하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이다. 오 시장이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위해 출범시킨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은 현재 막바지 기본 설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연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순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심소득에 이어 주요 복지공약 중 하나였던 1인가구 대책에도 속도를 냈다. 오 시장은 서울의 130만 1인 가구가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지원책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TF는 조직개편을 통해 오는 19일 시장 직속 정규 조직인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10석 중 101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와 충돌을 최소화하고 전임 서울시장때부터 이어져 왔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 유치원 무상급식 전면 추진 등을 지속하기로 하는 등 협치와 행정의 연속성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 시장은 출근 첫 날인 4월 9일 서울시의회를 가장 먼저 방문해 원활한 시정운영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조직개편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두고 시의회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상임위를 직접 찾는 등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속도감 있게 추진한 일부 핵심 정책은 되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형 상생방역’과 ‘자가검사키트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 시장은 임기 첫 주부터 “정부의 천편일률적 방역 조치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고 업종별 영업시간을 차별화와 자가검사키트 선제 도입에 속도를 냈다. 소상공인 관련 협회는 오 시장의 정책 방향에 환영의 뜻을 밝혔고, 오 시장은 정책은 성과를 거두는 듯 했다.
상황은 급변했다. 공교롭게도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듯했던 서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느슨해진 방역을 틈타 6월말부터 폭증하기 시작해 7월 6일과 14일 코로나 발생 이후 역대 최대치까지 치솟았다. 중앙정부의 방역과 차별화하겠다며 출발한 서울형 상생방역과 자가검사키트 도입은 시범사업 도중 사실상 전면 중단되기에 이른 것이다. 오 시장은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확대하고 대중교통 야간운행 20% 감축, 야외 야간음주 금지 행정명령 등으로 태세 전환에 나섰지만 ‘서울시 방역 책임론’이 확산하며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도식 정무부시장이 14일 청와대와 중앙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김 부시장은 뒤늦게 사견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 시장을 둘러싼 장외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신속한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금 사용 절차를 무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취임 100일. '오세훈표 시정'을 위한 채비를 어느 정도 마쳤지만, 최악의 방역 상황을 맞으며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오 시장도 시정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시 방역 책임론이 가짜뉴스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 되고 있다면서 반박에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를 갈라치기하고 남탓만 하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중대본과 합의되지 않은 방역완화조치를 진행하지 않았고 업종별 맞춤형 방역도 일부 실내체육시설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했다. 앞으로 온 힘을 다해 중대본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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