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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팝시페텔 - 음반·영화 마니아를 위한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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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역 인근 주택가 골목에 위치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CD·LP·DVD
저마다 독특한 매력 풍기는 앨범재킷
마치 갤러리 온듯한 느낌 들기도

月 10여차례 음악강의도 진행
2017년 가게 오픈한 김경진 사장이
참가자들과 가수, 영화에 대한 이야기 나눠

'팝시페텔' 내부 진열장된 레코드(LP).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팝시페텔' 내부 진열장된 레코드(LP).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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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디지털 기기의 보급은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예컨대 음악을 들으려면 레코드(LP)나 테이프, CD와 같은 저장장치와 이를 재생하기 위한 또 다른 기계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물질적인 형태의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원하는 노래를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최근의 음악 어플리케이션(앱)들은 선호하는 가수나 음악 몇 가지만 설정하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선곡해준다. 분위기나 기분, 날씨, 장르 등에 맞는 리스트도 갖추고 있다. 사용자는 그저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된다. 음악을 듣기 위해 꼭 필요했던 음반들은 이제 그 기능으로서의 가치를 잃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질로서의 가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하면 음반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쓸모 없어진' 물품들을 여전히 찾곤 한다.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뉴트로'(New+Retro) 열풍이 부는 것 역시 이와 연관이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검색 한 번으로 들을 수 있는 음반을 비싼 값을 치르고 사는가 하면, 국내에선 구하기 어려운 음반을 외국 사이트를 통해 직구(직접구매)하기도 한다. 유형의 물질이 점점 사라지는 디지털화 속에서 이런 물품 자체가 가진 의미는 역설적으로 더 돋보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음반 가게 '팝시페텔'은 음반을 소장하려는 이들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주택가 골목을 10분쯤 걷다 보면 빌딩 1층에 위치한 이곳에 닿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종류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CD와 DVD, LP, 서적들이 눈길을 끈다. 선반 가득 빼곡히 들어찬 음반들 사이에서 아는 가수의 이름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테이블에 진열되어 있는 영화 DVD.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테이블에 진열되어 있는 영화 DVD.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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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재킷은 앨범이 담고 있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한 편의 예술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재킷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음반 가게답게 길거리에선 흔히 듣기 어려운 잔잔하고 몽환적인 BGM(background music)이 흘러나와 이곳을 독특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팝시페텔을 운영했다는 김경진 사장은 음반 회사에서 일하던 보통의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회사에서 진행하던 사업이 종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해 여러 음반 회사에서 10여년 일해 왔으나 언제나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1980년대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김 사장은 당시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 '비틀스' 등 팝 음악에 푹 빠진 음악광이었고, 이때부터 음반 가게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 그리고 단순히 음반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과 음악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며 팝시페텔을 차렸다. 그는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랄까"라며 "예전부터 들어왔던 음악 중에서 이거는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 싶은 음악들 위주로 들여놓는다. 주로 팝 음악이 많은데, 빌보드나 대중적인 음악보단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에서도 흥미로운 음악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팝시페텔의 외형은 음반 가게지만 음반만을 팔기 위한 장소는 아니라고 말한다. 한 달에 10여 차례 진행하는 음악 강의는 그가 팝시페텔을 열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 사장이 직접 음악, 가수 또는 영화 등에 대해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참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는 "요즘은 어떤 음악이 좋으면 그냥 한 번 듣고 흘려 넘기는 정도에 머무는데, 그런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며 "곡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숨겨진 스토리를 알게 되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다는 점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예컨대, 하나의 곡을 알게 되면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그 아티스트가 참여한 다른 음악들로도 관심을 넓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라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의 음반가게 '팝시페텔' 내부. 진열장에 꽂혀 있는 음악 CD, 영화 DVD.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서울 마포구의 음반가게 '팝시페텔' 내부. 진열장에 꽂혀 있는 음악 CD, 영화 DVD.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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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스트리밍 앱의 추천 기능이 이로울 때도 있지만, 이 때문에 최근 사람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에 관해 관심 갖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언뜻 수많은 앱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을 통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런 부분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라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는 앱 안에는 수많은 플레이리스트가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만든 '나만의 리스트'는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한번 들은 곡은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잊혀지고 그 빈 곳을 또 다른 음악들이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에 머물지 못하고 '소비'될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시대의 흐름이라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어쩌면 너무 떠먹여주는 밥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야 할까. 추천 기능은 내 것이 아닌 남의 취향"이라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그래서 팝시페텔을 '음악을 통해 취향을 찾아가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더는 필요 없어진 음반들을 누군가는 여전히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물품이 단절되어 가는 소통의 끈을 이어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 사장은 비단 음악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취향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그는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내가 알았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재미들이 많다"며 팝시페텔은 취향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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