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빚 경고등]"꿈 쫓다 빚 쫓겨"…신용불량·파산 위기
가상화폐 거래소 신규가입자 절반이 2030
상반기 신속채무조정 신규 신청자도 56% ↑
전문가들 "청년층 부채 뇌관으로 작용 위험"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송승섭 기자]취업준비생인 전수민(33세·가명)씨는 최근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해 지인의 추천으로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투자 초기 수익이 나면서 한방을 노린 전 씨는 여러 금융사에 추가로 빚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말 갑자기 실직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높은 취업 문턱에 반 년 이상 백수 생활은 이어졌고 설상가상 투자한 주식과 코인은 바닥을 쳤다. 고금리 카드론 등으로 돌려막기에 나섰지만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불법 사채업체에서 돈을 빌렸지만 폭탄이자가 돌아왔다. 전 씨는 "단기간에 이자가 치솟아 가까스로 돌려막고 있는데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처지에 몰렸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불어닥친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광풍은 수백만명의 청년 빚쟁이들을 양산했다. 문재인 정부들어 계속된 부동산 정책 실패로 빚을 내 집을 사는 2030이 급증했고 취업난과 저소득에 갈 곳 없는 이들의 한탕주의 심리는 주식과 코인 투자를 부추겼다. 제대로 검증도 안된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에도 무작정 달려들었다. 투자금은 대부분 빚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가상화폐와 P2P 규제가 본격화되면 일확천금은커녕 이자 감당하기도 어려운 청년층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금리 인상과 맞물리게 되면 이들이 받는 충격파는 예상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상환 능력이 낮은 청년층의 파산이 단기간에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확천금 노리고 뛰어든 코인·P2P...줄폐업 위기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라 9월 말부터 은행과 실명 확인 계좌 제휴를 맺지 못한 거래소는 영업이 정지된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실명 발급을 꺼리면서 줄폐업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은행과 실명 확인 계좌 제휴를 맺은 곳은 국내 4대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에 불과하며 이들의 재계약도 불확실한 실정이다.
문제는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라는 것.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받은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249만528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대가 81만6039명(32.7%), 30대는 76만8775명(30.8%)으로 2030세대가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무더기 폐쇄할 경우 중소 거래소들은 고객 돈을 떼먹고 ‘먹튀’할 가능성이 높아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음달 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시행도 P2P에 투자한 젊은 층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P2P는 온라인을 통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저신용 등 이유로 기존 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에게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주고 차후 이자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2~3년전부터 2030세대들의 인기 투자처로 입소문타면서 이들 세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가상화폐와 P2P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방관해 오다 보니 불량 업체들이 난립해 피해가 커졌다"면서 "규제를 통해 속아내기를 할 필요가 있지만 2030세대의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빚더미에 짓눌린 2030…파산도 급증
2030세대의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면서 불법대부업체도 덩달아 횡행하고 있다. 높은 취업 문턱에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제도권 내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아 불법 금융에 손을 댈 위험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계층과 100만~300만원 미만인 계층은 사채를 이용하는 비율이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실제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채 피해자 876명 중 절반이 넘은 56.8%는 2030세대였다. 협회와 사법기관에 접수된 피해자 수를 합한 수치로 전년 동기 대비 36.4% 늘어난 규모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에 신용회복을 요청하는 청년층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속채무조정’을 신청한 이들은 4835명에 달한다. 신속채무조정은 연체가 30일 이하인 채무자가 대상이다. 지난해 상반기 3095명에서 56.2%(1740명) 늘었다.
신복위 관계자는 "2030 세대의 경우 일자리가 부족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어려워지자 생활자금과 학자금 수요가 많은 편"이라면서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면 생활고를 토로하는 청년 세대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9년 말 대비 지난해 상반기 개인회생 접수율은 20대 남성이 29.8%, 20대 여성이 24.7%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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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층의 경우 생활자금 수요에 더해 빚투 열풍까지 불며 부채 규모가 크게 불어난 상황"이라면서 "제 2금융권의 경우 2030대는 10% 정도가 상환을 못 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유예책이 끝나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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